매년 촌철살인의 사자성어를 뽑아 시대를 풍자하는 교수신문이 2016년 지난해를 ‘君舟民水’로 표현 했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화가 나면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란다.
이밖에도 후보로 거론됐던 사자성어를 보면 ‘천리를 거스리는 자는 패망한다’는 뜻의 역천자망(逆天者亡)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에 휘둘린 국정농단 사태와 이에 맞서 결연히 일어난 촛불민심을 빗댄 비유가 주를 이루었다.
지난 년말 10차 집회로 집회인원 천만을 돌파한 국가개조를 외치는 민주함성은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래가 없는 한 민족의 국가의식과 민중의식을 만천하게 드러내 그야말로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民은 이같이 지혜롭게 깨어 있는데 문제는 일제 36년 강점기를 거쳐온 이 나라의 100년 역사가 친일파의 득세와 권력을 쥔자와 이에 부역하며 부를 누리려는 자들의 악순환 속에 오늘에 이르고 말았다면 과연 이를 부정할 사람이 몇몇이나 될까? 문제는 국가의 구조적 적패요. 지도자들의 부패근성에 국민은 마치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누리는 도구로 밖에 보지 않은 정치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촛불민심은 대통령과 탄핵과 개헌문제의 원만한 해결, 그리고 눈앞에 다가온 대선에서의 구태와 구악의 일소의지가 투철한 날수 없다는 항변이 세상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정부가 세워지는데 밀알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후) 모두가 제자리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국가건설에 매진하여 촛불의 저력으로 나라와 세상을 밝혀가야 할 것이다.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는 오랫동안 인심과 세태를 풍자하는 세평으로 날카롭지만 씁쓸하게나마 웃어 넘길 여유까지 안겨주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은 가벼운 유머조차 사라지며 비장함마저 감돌게 하였다. 저지난해엔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뽑아 본격적으로 국가 리더십에 대한 의심을 표현했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庸君)을 합친 것으로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의 책임을 국가지도자에게 묻는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새벽밥을 챙겨먹고 일터로 나가 땀흘리는 시간 대통령은 사저에 틀어 박혀 출근조차 하지 않고 불법시술이나 즐겼다니 중국 명나라의 대표적 혼군 만력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처럼 만력제도 조정에 나가지 않고 인사도 제때하지 않은채 개인축제에 힘을 쏟으며 환관세력이 발호하도록 함으로써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어간 왕이 아니었던가. 박대통령은 취임초부터 불통과 무능으로 국민들을 걱정시키다가 결국은 상식마저 져버린 인간성 살실의 모습으로 국민의 분노를 유발하고 말았다.
나라도 국민도 없는 오직 자신만 있고 법도 사회통념도 없이 자신의 생각이 모두 법인양 어떤 잘못도 없다는 황당무개함을 보이고 있다.
년초 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박대통령의 기자를 앞세워 국민 앞에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이제까지 저 아낙네가 나라를 이끌어 왔나… 하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근심스런 국가 리더십은 나라의 우환을 불러옴을 잊지 말아야겠다.
병법 36계중 27계로 적의기운을 빼놓는 병전계의 계책이 있다.
‘가치부전’으로 ‘바보인척하되 정신줄은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똑똑함을 숨기고 자존심을 누르며 손가락질을 감내하는 역발상의 처세술, 한신과 사마의가 성공했던 높은경지의 술수다.
김기춘, 우병우등 이 정권의 핵심 관료들의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우리는 이들을 통해 ‘가치부전’ 달인의 경지를 어김없이 볼 수 있었다.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가며 국민을 농락하는 신묘한 기술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이 국정의 중심에 있었다니…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소년등과하고 권력의 핵심부로만 질주했던 이 나라 대표 인재들의 바보 놀음을 ‘개콘’수준에 비유하고 웃어 넘겨야 할까… 이 수재 고수들의 범법사실이 제대로 밝혀진다 해도 고작 직권 남용정도라니 온 국민의 기운을 쏙 빼놓은 이들이 속으로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재 바보들의 계책 농간에 더 이상 속지 않는 세상을 기대해하며 박대통령 한사람에 대한 성토로 결코 촛불민심의 본질적 해결이 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당을 폭파해도 시원찮을 사람들의 당을 떠날 수 없다는 항변이 세상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