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70년 일본의 평화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진주만 공습 희생자 추모시설인 USS 애리조나호 기념관을 참배한 후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NHK보도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75년 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에 대해 ‘애도’는 표했지만, 태평양전쟁과 일본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 및 사죄와 반성의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그 날 폭격이 전함 애리조나를 둘로 가를 때 시뻘건 불길 속에서 승무원들이 죽어 갔다”며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했지만,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습에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채 은근슬쩍 넘어갔다.
이어 아베 총리는 “전쟁의 참화는 두번 다시 되풀이 되선 안된다고 맹세했다”면서 “전후 70년간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에 우리 일본인은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며 전후 일본의 평화행보에 대해 자긍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후 일본을 도와주고, 현재의 일본이 있게 해준 것은 ‘미국의 관용’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아베 총리는 “전후 일본이 온통 허허벌판,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괴로워하던 때에 미국과 미국민이 있었다”, “여러분이 보내준 스웨터와 우유로 일본인들은 목숨을 잇게 됐다”면서 “미국이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로 복귀하는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미국의 리더십 하에 우리는 세계의 일원으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면서 “일본 국민을 대표해 미국과 세계가 일본에 베풀어준 관용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감사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아베 총리와 함께 애리조나기념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아베 총리에 이어 약 15분간, 소감을 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가 1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통해, 자신의 8년 간 임기 동안 힘써운 미일 동맹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소감은 화해의 힘을 알리는 역사적인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아베 총리의 발언에 감사하는 동시에 미일 양국이 전쟁의 상처를 넘어서 굳건한 동맹관계를 수립한 것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엄격한 적대관계에 있던 국가도 가장 강한 동맹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서 “평화의 열매는 전쟁의 약탈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USS 애리조나호 기념관 방문에 앞서 하와이 호놀룰루 시내에서 약 30분간 회담했다.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안보’문제로, 양국 정상은 중국 항공모함의 서태평양 진출에 대해 “주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일치했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동맹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더해 중국과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북한 정세와 관련해서도 양국 정상은 “막강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위안부 합의로 진전됐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외에도 양국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당선인이 탈퇴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주일 미군 관련한 대화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내달 20일 취임 첫날, TPP탈퇴를 표명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대선 기간 중에는 주일 미군의 주둔비 부담 증액을 요구해, 트럼프 정부 하에서 미일 동맹이 현재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