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의 시작과 함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을 앞두고 의장실과 의전 문제를 논의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방문이라는 점을 고려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에 존하는 의전을 갖춰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등의 일정으로 공식 방문할 때는 국회 본청 2층의 차량 하차선까지 사무총장이 마중을 나가고 국회의장은 2층 회전문 안에서 기다리다가 대통령을 맞이한다. 국가원수에 대한 입법부 수장의 예우다.
하지만 총리가 국회를 방문할 때는 국회 사무처가 움직이는 별도의 의전은 없다. 중용의 도를 지켜야 할 것이다.
국회의장실은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을 갖추진 않았지만 권한대행에 걸맞은 예우를 갖췄다.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이 국회 본청 2층 회전문 안에서 황교안 총리를 마중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3층 접견실 앞에서 황교안 총리를 맞이한 것이다.
대통령급은 아니지만 황 총리는 일단 ‘의전의 급’을 올리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길어야 반 년 남짓한 기간 존속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에 주어진 우리나라 국정책무는 정말 막중하다. 이 기간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겹쳐 우리 한국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 여건 변화에 시의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골든타임이기도 한다.
특히 경제정책 분야는 사실상의 비상체제로 운영돼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황교안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가 명실상부한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 적극적 리더십을 펼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경제 리더십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업과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 외환시장과 국제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예상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세율 인하, 인프라 투자 확대등)과 이미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있는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확률이 높아졌다. 이에 따른 미국 달러 강세의 지속과 함께 국제 외환·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우리에 미치게 될 파장을 내다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현재 지연되고 있는 한·일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제·지역기구와도 각종 금융 협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곧 출범하게 될 프럼프 미국 행정부는 먼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문제 등을 우선적으로 다른 후 조만간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FTA) 수정을 위한 재협상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달러 강세에 따른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 우려에 따라 각종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강화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경제부총리의 적극적인 기획·조정 리더십하에서 관련 부처 주도로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주요 분야별 구조조정과 개혁, 그리고 금리 상승 추세 속의 가계부채대책 등도 평상시보다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 자체는 물론 중요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업과 산업구조조정 시책과 관련해 현재 조선 관련 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의 문제제게처럼 우리의 구조조정 정책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와의 통상 마찰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통상 전문가들의 중지를 반영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있어야 한다.
경제부총리는 경제위기 관리 차원에서 경제정책 기획·조정을 위한 ‘부총리실 경제 장관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정치권 및 언론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이러한 때일수록 경제정책이 인기영합적인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경제 리더십의 강단도 필요하다.
우리 한국은 개발연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심각한 국가 안보와 정치 및 경제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 위기의 대부분을 국가 발전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시켜 왔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성공으로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을 세계 속에 재부각시키고 한 단계 더 발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국가로 우뚝 서게 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의 협조·지지와 함께 당면한 국정 리더십 위기가 또 한번의 국가발전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