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늙은 말을 찾습니다
김철수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한국학장
작성 : 2016년 11월 27일(일) 16:59 가+가-
지금 대한민국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로 뒤 덮여있다.
국민 앞에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의 잘못과 앞서가야 할 정치가 헝클어지면서 경제와 사회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마비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 기다리던 국민들은 더 이상 불안하고 팍팍한 삶을 견딜 수 없어 도회지에 사는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밭을 갈던 농민들은 트렉터를 몰고 머리에 띠를 두른 채 이 나라의 심장인 서울로 몰려들고 있을 정도다.
지난 토요일에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메웠고 전국 주요도시에서도 어둡고 추운 초겨울의 밤을 분노와 절규로 보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후유증이 온 나라를 이렇게 만들 것 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조건 하야를 외치던 집회참석자들은 한 단계 압박을 더 높혀 하야가 아니라 당장 구속하라는 말로 바꾸어 외치고 있으며 시위객들의 숫자도 지난 12일과 19일의 100여 만 명에서 200여 만 명으로 늘어난 추세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일이다. 제 나라의 환공(桓公)은 많은 군사를 이끌고 고죽국이라는 나라를 정벌하는 전쟁에 나섰다.
많은 군사와 무기를 지니고 험준한 산과 깊은 계곡을 지나 고죽국에 도착하여 싸움을 시작했을 때는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이었으나 싸움이 끝나고 다시 제 나라로 돌아올 때는 어느덧 겨울이 깊어가 산과 계곡에는 하얀 눈이 겹겹으로 쌓여서 동서남북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전혀 방향감각조차 가늠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안개마저 자욱하여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게 되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꼼짝 달싹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있다가 잠시 안개가 사라지자 그들이 더욱 놀란 것은 자기들이 안개 속에서 멈춰서있던 곳은 양쪽이 깎아지른 절벽이었고 그 밑은 수 백길 수 천길이나 되는 계곡과 낭떠러지였기 때문이다.
과연 어디로 가야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난감한 지경에 처해 있었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 지혜로운 재상으로 존경을 받고 있던 관중(管仲)이 함께 했는데 이 암담한 현실 앞에 혼자 아무 말 없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기 무릎을 치더니 이렇게 소리를 친 것이다.
“혹시 이 가운데 전쟁터에 오랜 경험이 있는 말이 있느냐?” 고 묻자 곧 대답이 왔다. “예 있습니다.
비록 말이 늙어서 힘은 없지만 여러 차례 싸움터에 나갔던 늙은 말 한 마리가 있어 다른 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상 관중(管仲)은 다시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기를 “지금부터 우리는 이 늙은 말을 앞세우고 뒤를 따라 가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전쟁터에서 다시 고국을 찾아오는 길잡이로 힘없고 늙은 말을 앞세우고 뒤따라가게 한 것이다.
그 늙은 말은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않았던 길과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지만 모든 병사는 그 늙은 말을 믿고 따라갔고 급기야 모든 군사가 죽음의 길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韓非子) 설림편(說林篇)에 나오는 고사성어 노마지지( 老馬之智)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안개정국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갈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비생산적인 소모와 남남갈등만이 계속 증폭되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과연 이 시기에 얽힌 실타래 같은 문제들을 풀어줄 노마지지(老馬之智)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우리국민의 조급함도 문제를 더 얽히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위의 나라다. 어떤 상황이 전개될 때 국민들의 정서나 감정이 너무 앞서고 거기에 편승해 언론의 여론몰이로 끝장을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많고 답답하지만 이런 아픔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고 새로운 계기를 만들기 때문에 국회나 정부기관에서는 법치주의 절차를 밟아 무조건 당장 대통령의 하야가 아니라 검찰수사와 특검을 거쳐 탄핵절차를 밟아야 하고 우리 국민은 충분히 의사를 밝혔으니 일상생활로 되돌아가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편집팀 기사 더보기

tdh1234@naver.com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