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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이중위기 돌파구 찾아야
이준구 주필
작성 : 2016년 11월 14일(월) 17:25 가+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8일(현지 시간)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직 경험이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출마 선언 1년여 만에 162년 전통의 보수정당 공화당의 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그동안의 대립과 분열을 달래는 듯 “인종과 종교 배경 믿음을 초월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충격에 빠진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미국 이익을 우선으로 하겠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국과 세계질서를 예고한다.
당초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많게는 90%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월가와 유착한 정치 귀족, 유능하되 정직하지 못한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아 온 그는 국가기밀이 포함된 문건을 주고받은 ‘이메일 사건’으로 도덕성에도 상처를 받고 미국 240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번 선거는 엘리트 기득권 계층의 제도권 정치세력과 세계화의 물결에서 소외된 대중을 대변하는 비제도권 아웃사이더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구호가 ‘변화’였다면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분노’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깨졌고 중산층은 무너졌다. 미국 유권자 75%가 ‘부유하고 힘 있는 계층으로부터 미국을 되찾을 지도자’를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 로이터와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다.
막말과 성추문, 이종차별 발언으로 얼룩진 막장 선거전이었지만 결국 민심은 경제와 민심, 일자리로 모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화당 기성 정치인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트럼프는 미국인의 속마음을 거침없이 대변했고, 미국의 이익에 충실해 표심을 얻었다.
금년 6월 반세계화, 반기득권 정치의 손을 들어준 영국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와 일치한다.
기존 정치권이 이런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점은 오늘의 새누리당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공약을 내건 트럼프가 세계질서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반이만,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국제교역은 물론이고 이민, 외교, 안보에 이르는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당장 국내 시장은 코스피가 2000선이 무너졌고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증시도 폭락했다.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되어 개별 국가들이 각자도생에 나설 경우 전세계는 환율 전쟁, 보호무역 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경제를 저해한 “깨진 약속의 대표적 사례”라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년 이후 5년간 수출 감소 269억 달러, 일자리 손실이 24만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을 향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누리면서 경제 발전을 구가한 ‘무임승차국’이라 비난하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핵무장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을 향해서는 “미친 인간이라면서도 대화할 수 있다”며 직접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김정은 역시 미국과 대화하며 핵에 대한 암묵적 동의 및 미래 핵을 담보로 대북제재 완화나 살라미형 보상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선거운동 기간의 트럼프 발언은 내부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또 자신의 대외 정책을 현실화시키려면 의회와 군부, 외교 관료, 싱크탱크와 전문가 그룹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과정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통 ‘최순실 파문’에 휩싸여 외교·안보 지휘체계까지 흔들리는 등 국정이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12일 민중 총 궐기 및 3차 촛불 집회의 최대 50여만 명이 서울 광하문과 도심 곳곳에 운집,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리더십 붕괴로 정상적 대통령직 수행이 힘들게 돼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국민적 여망인 것이다.
하지만 헌법에 맞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국가기관의 권력을 정지시키거나 빼앗는 것이 헌정 중단이다.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은 헌정 중단이다. 헌정 마비 사태가 아니다.
헌법은 그러한 경우에 대비해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대통령이 사임한 때에는 사임 당시의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으로 국정을 이끌고 60일 내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이때 선출된 대통령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기간이 아닌 5년의 임기다. 이는 우리 헌법의 확고한 뜻이다.
탄핵의 경우 국회의 탄핵 의결 (국회의원 200인 이상 찬성)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 찬성)을 기다려야 한다. 탄핵으로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역시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한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하고 국민의 상처를 치유할 헌법 합치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해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사실상 자제하는 일이다. 헌법적 문제점은 있으나 대통령과 총리가 국정 전반에 협치의 정신을 발휘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때 대통령 탈당과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는 개헌에 힘을 모아 내년 상반기까지 헌법을 개정하고 새 헌법에 의해서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거국 내각 구성 해법에도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국정 혼란이 계속된다면 대통령의 사임과 사임거부 시 탄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이든 불행한 헌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점점 깊어진다.
끝까지 밀어 붙여 하야까지 생각한다면 더 큰 혼란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국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자칫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야당 역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중용을 지켜야 할 때다. 대통령과 야당은 한발씩 물러서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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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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