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가슴 아프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통째로 울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최순실이 연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주연을 맡은 국정농단이란 황당하기만한 사실 앞에 마음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절망감에 묻혀 분노만 하늘높이 타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토요일에는 유모차를 탄 어린이까지 부모와 함께 타오르는 촛불을 들고 시위장에 동참할 정도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100여 만 명(주최 측 추산) 의 군중들은 이 나라 국민들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흘러내리는 촛불을 손에 들고 답답함과 분노에 밤을 지 세우며 광화문 광장을 위시하여 전국 도처에서 초겨울의 찬 공기를 온 몸으로 맞으며 시위를 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어떤 야당지도자의 얼굴은 무엇이 그렇게 고소한지?
아니면 흐뭇한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글씨의 피켓을 폈다 오므렸다 하고 있었다.
TV화면을 통해 클로즈업된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필자는 전율과 함께 온 몸이 오그라드는 듯 한 소름이 끼쳤다.
국가의 운명이 일척간두 앞에 와 있는 이 시기에 그렇게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촛불집회 참가인원은 약 180여 만 명으로 추산된다. 촛불집회는 어떤 항의나 추모를 목적으로 하는 비폭력 평화시위의 주요 방식중의 하나이다. 한국에서의 촛불집회는 ‘촛불문화제’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야간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제약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시위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집회는 1960년대 말 미국의 반전운동 과정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한국에서는 1992년 온라인 서비스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저항적 시위에 활용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 촛불집회가 집단시위나 저항행동의 주요 방편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이다.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사망한 두 여중생의 추모집회에 이어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를 거치며 야간시위의 주요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집회에서 최대 규모의 촛불시위가 전개되었고 2011년에는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가 있었다.
사위의 규모나 기간, 시위의 강렬성에 있어서 2002년과 2008년의 촛불집회는 의미 있는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집회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기술경제와 공론장, 시민문화의 변화를 극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민운동의 조직과 동원방식을 넘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광범위하게 동원한 구조로 거대한 시민행동을 낳았고 집회 현장은 모바일과 노트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된 것이다.
촛불집회가 갖는 비폭력 평화시위의 상징성과 함께 특히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참여시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축제적 시위방식으로 전개되어 자발적 시민참여의 수준을 놀라울 정도로 높이기도 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과 정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정부를 더 이상 앉아서 두고 볼 수만 없다고 생각한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행동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아이들부터 초등학생, 중학생들까지 쌀쌀한 날씨와 찬바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설수 밖에 없도록 만든 책임을 물어 어서 속히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국민들의 바람과 호소이기도 하다.
만삭중인 임신부가 16개월 된 어린 아기의 손을 잡고 시위장에 나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절규하는 모습을 보며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걱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애잔한 국민들이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애타하는 현실 앞에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고 눈이 있어도 똑 바로 하늘을 바라볼 수 없으리만큼 착잡하기만 하다.
정말 슬프고 가슴아픈 일이다. 권력 앞에 줄서서 양심조차도 팔아먹던 그 잘난 각 분야 지도자들의 모습은 머리 카락 한 올조차도 보이지 않고 어디론지 꼭꼭 숨어버리고 정치적 속셈만을 헤아리는 정치꾼들만 국민들에게 등을 떠밀려 시위장에 나와 앵무새 노릇을 하고 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앞에 둔 당리당략의 계산만이 머릿속에 차 있는 것으로 보여 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그동안 귀신의 놀음에 놀아났고 그 놀음의 결과는 국론분열과 갈등조장으로 온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어 바람 앞에 촛불이 되어 가물거리고 있는 셈이다.
통재로 울고 있는 대한민국의 눈물을 그치게 해 줄 하늘의 긍휼을 간절하게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