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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추락
이준구 주필
작성 : 2016년 11월 07일(월) 17:34 가+가-
대한민국의 국격이 추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재미 대학교수는 “아프리카 부족 국가도 아닌데 무속인이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지식인들이 자꾸 묻는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이는 ‘최순실 파문’을 두고 나온 얘기일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집단 자괴감’을 안겨 준 국정 농단 의혹이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모든 국정이 멈춰졌다.
양국충, 당 현종 때에 양귀비의 육촌 오빠인 자다. 황제의 총애를 받은 누이를 업고 재상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술과 도박에 빠져 살던 무뢰배였다. 오죽하면 친척들까지 상종하지 않으려 했을까.
재상이 되자 천하의 일을 다 쥔 듯 마음껏 권력을 휘둘렀다. 국가의 중요한 일도 마음 내키는 대로였다.
공경 대부들조차 턱짓과 표정으로 지휘했다. 무소불위 그 자체였다.
그의 손을 거치면 안 될 일이 되고 거치지 않으면 될 일도, 되어야 할 일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무려 40여 개의 직책을 겸임했다.
천하의 모든 관직을 양국충이 쥔 셈이다. 그쯤 되니 양가 성을 가진 자들치고 한 자리 차지하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양국충을 추종하던 무리가 조정과 지방의 수령 자리를 차지했다.
한 심리학자는 “극우보수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을 유혹했다”고 말한다.
청와대 수석, 장관, 차관도 최순실에게 선을 대며 들락댔다.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장관의 목도 날아갔다. 그 여인에 가까이 선 자까지 호가호위를 누렸다.
최순실은 청와대까지 쥐락펴락하는 비선 실세였다. 능력을 넘어선 탐욕으로 나라를 유린했다.
최순실의 농단은 국민이 피와 땀으로 세운 민주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했다.
최순실이 이 나라에 복마전을 만들어 놓았다. 복마전은 악의 소굴로 절대권력을 등에 업고 둥지를 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다.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을 뜻한다. 동서양의 고전에는 복마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적잖게 등장한다.
중국 명대의 무협소설 수호지에 등장하는 복마전과 영국 시인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 나오는 복마전이 대표적이다.
수호지의 ‘복마전’은 송강, 이규, 노지심, 무송 등 양산박을 주름잡은 108명의 호걸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전 ‘마왕’으로서 갇혀 살고 있던 곳이다.
북송의 인종(仁宗) 황제는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용호산에 거주하는 유명한 도사 장진인에게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대장군 홍신을 파견한다.
산에 도착한 홍신이 도사가 출타한 틈을 타 도관을 구경하던 중 ‘복마지전’이라는 간판이 걸린 전각을 발견한다.
전각의 문을 열고 마당 한복판에 박힌 석비를 파내자 굉음과 함께 땅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어 108줄기의 금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전가의 지붕을 뚫고 사라져 버렸다. 때마침 돌아온 장진인은 “이 곳에 가두어 둔 108명의 마왕이 풀려났으니 나라에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풀려난 마왕들이 사람으로 환생한 게 바로 양산박의 108 호걸인 것이다.
실낙원의 복마전은 ‘하나님에 대항하는’ 악마들의 소굴이다.
태고적 천사를 통솔하는 천사장이었던 사탄은 어느날 “그리스도를 주로 섬기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던진 벼락을 맞고 지옥으로 떨어진 사탄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악마들을 동원해 ‘복마전’을 세워 복수를 시도했다.
뱀의 탈을 쓰고 낙원에 숨어 들어간 사탄은 하와에게 접근해 감언이설로 꾀어 선악과를 먹게 했다. 하와는 이어 남편인 아담을 유혹해 선악과를 먹게 하고, 낙원은 ‘죄’와 ‘죽음’으로 물들게 됐다.
최순실이 만들어 놓은 두 복마전(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은 이제 온 나라에 촛불이 밝게 켜졌으니 복마전 무너질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헌법 66조2항)다. 박 대통령이 보호해야 할 국민의 핵심적 권리는 주권(1조 2항), 존엄권과 행복추구권(10조), 평등권(11조 1항)이다.
그런데 지금 드러나고 있는 국기 문란과 국정 농단은 국민의 주권과 존엄권, 행복 추구권, 평등권을 한꺼번에 침해하고 있다. 그리고 사태의 한복판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수사에 응해 자신과 관련된 전모를 털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진상이 드러나고 관련자가 처벌 받고, 붕괴됐던 국정 운영 시스템이 정상화 될 수 있다.
그것이 부당하게 비선으로 넘어갔던 국민의 주권을 되찾아오고, 훼손당한 존엄권과 행복추구권을 되살리고, 차별적 특권으로부터 평등권을 회복하는 단 하나뿐인 길이다.
만일 박 대통령이 힘겨운 고백의 과정을 통해 국정 농단의 실체를 밝히고 전복된 헌법적 가치를 복구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직의 가치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오로지 사욕의 발동으로 하는 일이란 예외 없이 그 과정과 결과가 고통과 허무, 이 두 가지일 뿐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1992년 1월 13일 일기장에 쓴 대목이다.
당시의 순수한 심정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과 관련된 일을 수사관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헌법의 수호자라는 대통령의 역할을 하고 역사의 법정에서 사면을 기대할 수 있다. 결단의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으니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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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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