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죄’란 “모른다. 기억없다”
온 나라를 맨붕상태에 빠뜨린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은 그야말로 국민 모두를 절망의 늪에 빠뜨렸다.
‘우리 모두가 이런 나라에 이런 대통령 밑에 살고 있었다는 말인가’ 법조차 적용하기 예매한 각종 비리와 범죄를 저지른 ‘좀비’의 형상화에 비유되는 최순실은 아직도 최고권력을 쥔 대통령의 보호막을 믿는 듯 죄과를 뉘우치는듯한 모습은 찾을수가 없다.
곰탕 한그릇을 거뜬히 비우는 입맛을 잃지도 않았고 두평짜리 감방에서도 마치 재벌 총수들의 잠시 옮긴 거처로 여기는 듯 여유롭다.
영국에서 급거 귀국할때만 해도 검찰도 손대지 못하고 미리 준비된 호텔로 직행하는 ‘퍼스트레이디’였다.
검찰에 출석하는 그의 모습은 초라하고 애처롭기까지 했으나 검찰 포토라인 앞에서 성난 민심을 향해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던 모습이 능숙한 연기에 불과했을까? 검찰 조사중에 긴급체포까지 당하고도 ‘모른다. 기억이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니 상실감에 젖은 국민을 또 다시 우롱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고, 하야와 탄핵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아직도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국민을 향해 그의 전매특허인 독선과 오기가 국무총리의 일방지명에 이르고 만다. 과연 최소한 상식을 가진 대통령인가 의문스럽다.
누군가는 박근혜대통령의 ‘DNA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마치 변종바이러스와 같다’는 비난까지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한 식물 대통령을 둔 나라꼴은 어찌돼 갈 것이며, 심각한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위급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민생은 얼마나 더 어려워져 갈것인지….
이 모든 것이 대통령 한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현실 진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는 몰라도, 이처럼 자세히는 몰라도, 이미 측근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들과 특히 집권여당 친박으로 불리우는 정치인들이 대략으로나마 이런 내용을 몰랐을리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치마폭을 뒤집어 쓰고 권력의 단물을 마시는 데만 급급한채 나라도 주민도 팽개쳤다면 무슨 변명을 어떻게 할것인가?
여기에서 몇가지 해법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필귀정’이요, ‘결자해지’라 했다. 이번같은 국정농단의 엄중한 사태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꼬리 자르기 식이나 왜곡 축소로 음패를 꾀한다면 결코 성난 민심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다.
국민 모두는 이 와중에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밉고 또 밉고, 분통함을 억누릴 수 없지만 박근혜의 대통령직까지 박탈하는 극단을 피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 어떤 권위도 누릴 생각을 접어야 한다. 그야말로 남은 임기를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국민만을 바라보며 뼈를 깍는 심정으로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는 자세이어야 한다.
이런 모습을 가시적으로 국민 앞에 보여 주어야 한다. 모든 의혹에 대하여 대통령의 품격 차원에서 거짓없이 털어 놓아야 한다. 어떤 내용이든 진실만을 말한다면 국민들은 들었던 돌을 놓고, 나라의 미래를 바라보며 지혜롭게 남은 임기를 보상할 것이다. 놀라운 것은 전격적인 국무총리 지명이다. 그 시간은 바로 그의 최측근 수족이었던 안종범 전 정책기획 수석이 피의자 신문으로 검찰 앞에 선 시간이다. 현직 국무총리와도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전혀 협의가 없었다.
지명된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떠나 이런 과정을 수긍할 국민이 한사람이라도 있겠는가? 국가를 걱정하는 고도의 고뇌가 있었다해도 이 시점의 국민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임명과정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지명철회 수순을 밟은 후 청와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협의를 통해 개헌 수준의 법적보장을 겸한 신임 총리 직무범위와 권한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여성지도자에게 경제 제 1호는 ‘측근에 대한 경고’였음이 역사를 통해 증명된다.
측근 정치는 남성권력에도 있지만 여성 측근 정치의 아줌마 스타일은 한나라를 망쳐왔다. 여태후가 그러했고 여성황제 측천무후가 그러했다. 서태후와 더불어 3대 악녀로 불리우는 이들은 측근 정치로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측천무후는 밤시중을 드는 두명의 남창에게 정치개입을 허용해 정변을 자초했다. 사적인 인연이 공적영역을 장악하며 공사가 뒤섞이는 정치는 혼란을 불렀고, 측근을 비호해 방자한 행동의 빌미를 줬다. 여성리더 측근의 폐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명했고,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도 그 내용은 그가 국무장관시절 개인 e-메일로 측근에게 은밀히 소통하며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이 아닌가. 힐러리가 지난 선거에 오바마에 패한것도 ‘정실주의’ ‘비밀주의’ 때문이지 않았는가. 일개 무당파 여인 최순실과는 달라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께 죽을죄를 지었다’며 고해성사라도 하고 ‘모르는 일이다. 기억이 안난다’로 숨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