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불참 선언한 이란 ‘변수’… 이행까진 먼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최대 75만 배럴가량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세계 시장에 희색이 돌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14개 OPEC 회원국들은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4시간 반 동안에 걸친 회담 끝에 저유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 감산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OPEC 회원국들은 하루 원유 생산량을 지난 달 기준 3320만 배럴에서 3250만∼3300만 배럴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이 최대 75만 배럴 정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OPEC이 실제로 원유 감산에 돌입하게 된다면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OPEC 회원국들은 산유량 감산을 위한 위원회를 발족해 회원국별 감산 목표치를 정한 뒤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 때 이를 보고할 예정이다. OPEC은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 OPEC 회원국들과도 감산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동안 죽자 사자 기름을 퍼 올리면서 미국의 셰일석유 등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생산업자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으나 이번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와 함께 기존의 전략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주재 소시에테제네랄의 원유시장 분석 책임자인 마이크 위트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생산량 감축은 분명히 낙관적인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감축량이 어느 정도 될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관리(market management) 시대로 되돌아 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FT는 그러나 이번 합의에 구체적인 감산 내용이 결여돼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하이메 웹스터는 FT와의 인터뷰에서 “OPEC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각각의 산유국들이 감산량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은 원유 생산량 동결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OPEC 합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OPEC 회동을 하루 앞둔 27일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현 수준에서 우리는 (산유량을) 동결할 준비가 안 됐다"라고 말했다. 잔가네 장관은 이란이 국제 제재를 받기 전인 2011년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의 산유량을 복구할 수 있을 때까지 생산량을 동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 내 점유율을 제재 이전 수준인 13%까지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OPEC의 현재 산유량 기준 13%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란이 산유량을 하루 420만배럴까지 늘려야 한다.
서방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란은 현재 하루 360만 배럴 정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60만 배럴을 더 생산하겠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국제유가는 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38달러(5.3%) 오른 47.05달러에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하루 최고 상승폭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보다 2.72달러 상승한 48.6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29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140.90포인트(0.86%) 상승한 1만 6606.30으로 출발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14% 오른 2992.17로 거래를 시작했다. 선전성분지수도 전장 대비 0.09% 상승한 1만477.04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차이넥스트는 전장 대비 0.08% 오른 2141.34로 개장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에너지주들의 상승세에 힘입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0.94포인트(0.61%) 상승한 18,339.2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44포인트(0.53%) 높은 2171.3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84포인트(0.24%) 오른 5318.5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에너지 기업인 캐터필러와 엑손모빌이 각각 4.5%와 4.4% 급등했다. 셰브런도 3.2%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28일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주석을 비롯한 주요 금속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주석 가격은 전장대비 0.6% 오른 t당 1만9850달러에 마감됐다.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니켈 가격은 전장대비 0.6% 상승한 t당 1만695달러를 기록했다. 아연 가격은 0.6% 오른 2333달러에 마감됐다. 구리 가격은 0.7% 오른 4818달러에, 알루미늄은 0.9% 상승한 1665달러에 거래됐다. 납 가격은 1.6% 뛰어올라 1997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16개월 만에 최고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