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시도 세력 점점 더 강하게 탄압하자 국제 인권단체 등 우려 제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를 시도한 세력을 점점 더 강하게 탄압하자 국제 인권단체 등이 우려를 제기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정부가 군인과 경찰, 법조인, 공무원 수백만 명을 포함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권위주의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터키 내무부는 이날만 9000명에 가까운 공무원을 해임했다. 쿠데타 실패 이후 해고되거나 구금된 공무원 숫자는 2만 명에 이른다. 군인과 판·검사, 경찰관 중 구금된 사람은 7500명이 넘는다. 같은 날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300만여 명의 공무원에게 휴가 금지령을 내렸다.
총리로 시작해 대통령까지 하며 13년간 권력을 잡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전에도 권위주의적인 통치로 지적을 받았다. 반대 세력과 언론인은 물론 자신의 정당에 있는 내부 경쟁자도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총리 중심제인 터키의 정치 시스템을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앙카라의 경찰 관계자는 수감된 사람들이 반인권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수감자 상당수의 신원이 확인조차 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서류도 갖추지 못한 채 잡혀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터키 정부가 증거도 거의 없이 공무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며 인권 침해를 우려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성명을 내고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구금된 사람들이 학대를 받고 있다"며 인권을 존중할 것을 터키 정부에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도 성명을 발표하고 "터키 정부는 쿠데타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온전한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도 "판사를 포함한 이들을 체포하는 속도와 규모를 봤을 때, (현재 터키 정부의 행위는) 증거에 기반한 절차라기보다는’숙청'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중동 전문가 마르크 피에리니는 "우리는 지금 권위주의보다 더 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인 지금 이 순간이 터키에는 위험하다. 꽤 충격적인 이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원래 터키 정부가 만든 체포 대상자 명단이 있었는데, 쿠데타 실패를 명분으로 이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를 담당하는 요하네스 한 EU 집행위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 "공무원들에 대한 대규모 체포를 지시하기 전에 최소한 무언가가 준비돼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며 "미리 준비했던 명단을 특정한 시점에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대규모 체포와 관련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인 이슬람 학자 페툴라 귤렌의 추종자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쿠데타를 시도했거나 모의했다는 혐의도 적용했다.
귤렌은 1999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자체 망명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 등 각종 불안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귤렌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쿠데타 실패 이후 미국 정부에는 귤렌을 터키로 추방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