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브뤼셀 테러 때는 당일~하루 만에 성명 발표
공항테러 주체 IS일 가능성 높아… ‘시간 끌기’ 하나
지난 28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 반나절이 지났지만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무장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터키와 미국 정부가 배후로 지목한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프랑스 파리 테러와 벨기에 브뤼셀 테러 당시 하루 만에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IS는 지난해 11월 13일 파리 동부와 북부 6곳에서 연쇄다발 테러를 벌여 13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다음 날인 14일 온라인 선전 매체에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된 성명을 내고 “IS 대원이 자살 폭탄 벨트와 자동 소총으로 무장하고 전날 밤 파리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2여일 뒤에는 IS 조직원이 테러를 자축하며 리비아 점령지 주민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이른바 ‘사탕 선전물’을 공개했다. 아랍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기쁜 일이 있으면 사탕과 같은 단 음식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브뤼셀 테러 이후에는 입장을 발표하는 기간이 단축됐다. 브뤼셀 테러는 지난 3월 22일 브뤼셀의 자벤템 공항과 지하철 역에서 IS가 연쇄 테러를 벌여 3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IS는 테러 당일 오후 바로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 “우리 대원들이 IS를 대상으로 한 국제 공습에 참여하고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중심부, 지하철 역과 공항을 겨냥한 폭탄 공격을 벌였다”고 했다.
군복을 입고 무기를 든 IS 조직원이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의 주민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선전 동영상도 같은 날 바로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브뤼셀 공격을 축하한다’는 설명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타튀르크 공항 테러 주체는 공격 대상과 수법을 봤을 때 쿠르드노동당(PKK)보다는 IS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터키 반정부 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은 군인과 경찰, 정부기관을 위주로 공격했다. 그러나 IS는 이번 테러처럼 주로 민간인을 겨냥했다.
IS가 사전에 터키 공격을 모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29일 미국 CBS 뉴스는 “최근 몇달 간 IS 조직원들의 대화에서 공항을 포함한 터키의 교통 요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형언할 수 없는 이스탄불 공항 테러에서 ‘다에시’(Daesh·IS를 비하하는 아랍어)의 특징이 발견됐다”고 했다.
IS가 이스탄불 공항 테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추정된다.
우선 IS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동안 터키 정부와 PKK 등 다른 세력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PKK도 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터키가 PKK를 탄압할수록 IS에는 유리한 상황이 된다.
컨설팅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앤서니 스키너 연구원은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 “(이번 공격에) 애매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IS의 전략적 이해 관계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S 격퇴전에 참여하는 터키 등 국제 사회가 공세를 강화하지 않도록 숨죽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IS는 국제 사회의 공습으로 이라크 팔루자 등 주요 점령지를 빼앗겼다. 근거지로 삼던 모술과 시리아 락까에서도 국제 연합군의 격퇴전에 저항하고 있다. 조직원 이탈도 증가했다. 지난달 미 국방부는 IS에 가담하는 외국인 조직원 숫자가 10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