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국가시책이자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인 누리과정 관련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고, 재정 파탄을 우려한 교육청은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서 결국 우려했던 교사 임금 체불 등 누리과정 파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20일 광주시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정부의 국가사업 떠넘기기에 반발, 올해 어린이집 원아 2만147명과 유치원생 2만3907명의 누리과정 예산이 미편성되거나 의회 심의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1인당 29만원씩을 학부모나 보육기관이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광주지역 누리 예산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소관 1264개 어린이집이 670억원, 교육부와 교육청 소관 306개 유치원이 598억원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모두 합쳐 1268억원에 이른다.
이 중 유치원의 경우 예년 같으면 매월 10일 이전에 관련 예산이 각 유치원으로 지급됐지만 올해는 집행할 예산이 없어 단 한 푼도 내려 보내지지 않았고, 25일로 예정된 교사 인건비도 체불될 위기다.
광주 서구 H사립유치원 최모(52·여) 원장은 “원생 1명당 39만원으로 230여명 규모의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당장 25일께 1월분 교사인건비와 교육비로 7200만원을 지출해야 함에도 누리과정비가 입금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에서 60명 규모의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최모(78)씨도 “교사 5명과 운전기사·조리사 각 1명에게 주는 인건비와 공과금 지출이 어려운 처지”라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고 하소연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지만,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상 유치원 명의로 대출도 쉽지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전남도 국고예비비 3000억원 중 220여 억원(추산)이 배정되면 여기에 유치원 누리과정 유보금 483억원을 더해 유치원 8개월, 어린이집 5개월분을 편성, 집행할 계획이지만 정부가 예비비를 언제 풀지 알 수 없어 막막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1월초 지급할 예정이었던 1분기 지원금이 단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아 교사 인건비는 고사하고 건물 임대료와 교육용 비품 구입, 공과금, 간식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유치원이 속출하고 있다.
어린이집도 아우성이다. 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은 학부모가 매달 15일께 신용카드로 보육비를 결제한 뒤 다음달 20일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카드사에 보육비를 지급해 주는 방식이어서 유치원에 비해 한 달 가량의 여유가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 파행은 불가피할 처지다.
한 법인어린이집 원장은 “법인 시설은 그나마 정부지원이 많아 앞으로 한 두 달은 버텨볼만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폐원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며 “누리과정비가 입금이 안 되면 당장 2~3월 중에 교사 3명을 줄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교육청이 소관 유치원만 예산을 지급할 경우 어린이집은 누리과정 파행에다 원아들의 유치원 대거 이동으로 2중, 3중고를 겪을 수 있어 볼멘소리가 더욱 높다.
어린이집 원장 여모(54·여)씨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맘 놓고 양육할 수 있는 보육문화 조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 당국은 조속히 누리과정 지원금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21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두번째 만남을 가질 예정이어서 접점 찾기가 이뤄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