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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 사고에 대한 상식
최 수 호 현대행동심리연구소 소장
작성 : 2015년 11월 18일(수) 18:06 가+가-

서양에서는 서로 만나면 껴안거나 입맞춤하는 스킨십으로 다정한 정을 나누는 게 상식화되어 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아직도 그런 모습은 어쩐지 낯설 뿐만 아니라 터부시하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얼토당토않게 여겨질 수도 있고, 한국의 육칠십 년대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던 정책이 사오십년이 지난 지금은 다산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변한 것처럼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무언가가 잘못된 생각이었음이 명확히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므로 상식을 기반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신뢰성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이 틀렸다고 믿고 그 이유를 대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거나 미친 생각이라며 관심을 기우릴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취급하기 일쑤다.
자기상식과 다르면 자신의 상식으로 굳어진 자기 확신에 일단 의문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습득한 상식에 대한 신뢰성만은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당연한 상식들 중에 앞으로 어떤 것들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나게 될지도 모르면서 일관되게 상식에 의존하여 변함없는 견해를 신봉하는 허상의 믿음을 지켜내려고만 한다.
어쩌다 보니 생활의 지혜로 갖게 된 지식이 상식인데도 상식이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원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고 자신이 간직한 상식만큼은 진리처럼 간직하고 지켜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이란 개별적으로는 타당하고 당연해보이지만 양립시키기에는 완전히 모순을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 테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들인 격언들을 살펴보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와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에 애타는 마음을 갖게 된다.’ ‘돌다리도 두들기면서 건너야 한다.’와 ‘망설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처럼 같은 맥락을 활용하여 완전히 모순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이 던지는 서로 다른 경각심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들마저 온전히 모순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하면 상식이란 논리적 일관성도 없이 서로의 믿음을 마구잡이로 모아놓은 것이므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하나의 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식으로 통하는 각각의 믿음은 어느 한 상황에서는 옳다 해도 다른 상황에서도 옳다는 보장도 없고, 상황에 따라 서로 모순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양립하기도 어렵다.
상식이란 매우 세분화되어 있는 일상생활의 각각 상황에 적응토록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자기 모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상식은 세분화된 상황에 적절하도록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생성된 것들이므로 각각의 상식 그자체로는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와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에 애타는 마음을 갖게 된다.’처럼 ‘눈에서 멀어지면’과 ‘서로 떨어져 있으면’은 ‘서로 오랫동안 헤어져있으면’이라는 같은 맥락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에서도 멀어진다.’와 ‘그리움에 애타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서로 상반된 심리적 모순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과정으로 세분화하여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나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에 애타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상황을 설파하는 상식으로 성립하기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러므로 어떤 상식의 특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바로 지금 여기’에 해당되는 상황의 경우에는 현재 처지에 적절한 상식을 선택해버리면 서로 공감하기 쉬우므로 별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 직면하든 오직 전달하고자 하는 요점이나 지지하고 싶은 결단에 적합한 지혜가 담긴 상식을 선택하여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 여기’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거리감이 있는 과거나 미래의 상황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경우의 수를 예측하는 상식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믿음의 상식을 각자 자기 나름대로 적용하여 이해하고 추론하려고 한다.
그래서 만약 상식적 믿음에 대한 보편타당성을 증명해보여야 한다면 상식적 설명은 자기 나름의 관점으로 예측한 추론을 바탕으로 하므로 논리적 일관성이 없거나 모순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온갖 불일치와 모순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상식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직관을 따르려는 속성의 발동으로 생성된 서로 다른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하지만 그 모두 또한 옳을 수는 없다.
지혜로운 삶을 살려면 상식에 대한 애착과 집착을 버리는 상식을 지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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