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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길을 걷다가
최 창 일 예능시인·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이사
작성 : 2015년 10월 13일(화) 17:40 가+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버스로 7시간을 달리면 해발 600미터에 바기오라는 도시가 있다.
필리핀에서 유일 하게 소나무가 있고 딸기가 생산된다. 필리핀의 젊은이들이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하다.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 터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제주도 같이 사랑을 받는 지역이다. 바기오가 사랑받는 것은 소나무 숲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다.
한국에는 소나무가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인데 필리핀에서는 희귀종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국토의 64%가 산림이라면 4분의1이 소나무다.
가로수나 공공기관의 정원수로도 사랑을 받는다. 목포가 낳은 한국화의 대가 남농 허건. 소나무를 즐겨 그려 남농 하면 소나무를 연상 한다.
세한도의 추사김정희는 제주도에 유배시절 소나무를 소재로 하였다. 물론 추사나 남농의 소나무만도 아니다.
수많은 화가들이나 사진작가들도 소나무를 소재로 한다. 배병휴는 소나무를 사진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배병휴의 아침 안개 낀 소나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몽환적이고 가슴이 시원하여 진다. 소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들러오는 명암을 보고 있으면 내가 소나무 숲을 걷고 있다. 화가나 사진작가들이 단순하게 소나무를 소재로 해서 유명하다는 것이 아니다. 소나무를 소재로 한 분위기가 영험하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歲寒圖)에서 소나무 한그루를 통하여 제주도에 유배한 선비의 심정을 극명하게 묘사한 것이다. 세한도를 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이 서린다.
애잔한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문풍지에 바람소리처럼 소리는 없지만 귓가를 맴도는 신기(神技)까지 있는 그림이다.
추사의 세한도는 소설이 되기도 하였고 수많은 애장품의 상품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소나무는 화가나 사진작가들의 소재만도 아니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의 재료로도 사용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단단한 소나무를 손수 살피며 거북선을 재조과정을 살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다.
남대문에 숭례문이 있다. 몇 년 전 화재로 인하여 국민들의 마음을 태우기도 하였다. 그 숭례문의 복원도 소나무가 재료로 사용되었다. 어디 소나무의 사용과 국민적 사랑은 그뿐이겠는가. 재벌들의 정원에는 아름답게 가꾸어진 소나무가 없으면 정원이 아니다. 가격으로도 수 억 원이 호가하기도 한다.
소나아래서 자라는 송이버섯은 가을의 향기다.
횡성의 한우등심과 송이버섯 구이향기는 동구 밖까지도 마중한다.
명절에 만드는 송편은 소나무 잎을 깔고 찌기도 한다. 그윽한 향기는 저절로 군침이 돌게 한다. 애주가들은 솔잎이나 솔방울로 우려낸 술을 즐기기도 한다.
봄이면 소나무 순을 잘라서 물오른 소나무 물을 먹어본 어른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에 아이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쉽지 않는 추억의 이야기도 소나무는 간직한다.
이렇듯 소나무는 남도의 자랑 자랑스러운 화가 남농이 사랑할 만한 나무다.
국내 유명소나무1호는 속리산에 있다. 조선 세조임금이 피부병치료차 속리산을 찾았다. 행차대열 앞에 소마무가 늘어져 있다. 저 소나무 가지를 치우라고 명한다. 소나무는 바람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가지를 치켜 올려 세조를 맞이한다. 이에 감탄한 세조가 그의 충의와 뜻을 어여삐 여겨 정2품을 주었다.
석평 마을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송령이 있다. 수령이 600년이 되어
석송령장학금도 있다. 예천군에는 국내 유명소나무 2호가 있다. 수령 400년으로 세금을 내는 소나무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소나무가 기후변화로 인하여 언젠가는 한국에서 사라진다는 예보에 가슴이 철렁한다.
가슴을 열자. 솔 향을 마음껏 마셔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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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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