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은 제569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필자는 한·중수교이전인 지난 1991년도부터 중국에 살고 있는 재중동포들과의 만남을 위해 25년 세월동안 65차례나 동북삼성인 요녕성, 흑룡강성, 길림성을 돌아보면서 무엇보다도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글로 표기된 지명과 거리의 간판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말이었다.
물론 억양은 다소 생소한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 의사를 소통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고 우리글과 우리말로 넓은 대륙의 땅 중국에서 처음 대하는 동포들을 대하니 그렇게 흐뭇하고 정겨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대략 5,000여개의 언어가 있는데 이 가운데 3,000여개의 언어가 사라질 운명에 있고 15일 만에 1개정도의 언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현재 전 세계 대학에 한국어과와 한국어교육기관이 약 50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전 세계 지식재산권 기구에서도 한글을 공식 언어로 채택한 바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세계 문맹퇴치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상 이름도 ‘세종대왕상’ 이라고 할 정도이다.
한글은 글자모양이 발음하는 사람의 입 동작을 본 따 만들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자들도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무슨 말인지를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큰 뜻은 당시 백성들이 중국의 한자음을 빌어다 쓴 이두문자가 너무 어려워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부지기수였고 이를 가엾게 여기시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우리글을 우리스스로 만드신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사대사상에 물들어있던 백성들 중 일부는 우리 것을 업신여기던 풍조가 있어 한글사용을 반대하기도 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시절에는 일본인들이 한글 말살정책을 펴 아예 우리글과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족어에는 그 민족만이 갖고 있는 얼과 혼뿐 아니라 민족정기와 역사, 나아가서는 민족 고유의 민족성이 함께 전해 내려오는 동질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말과 글을 떠나서는 한 시도 살 수 없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도 없다. 말과 글은 인류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삶의 방편이요 도구이자 축복의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우리글과 우리말은 우리겨레가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삶과 문화 활동이 낳은 자랑스러운 결과물이며 그 낱말 하나하나는 우리 조상들이 지혜를 자내어 보태고 갈고 다듬어서 물려준 거룩한 보배들이다.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로 알파벳보다도 글자 수가 적으면서도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적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인 것은 한글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전 세계에 부는 한류열풍도 역시 한글의 우수성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런데 요즘 우리사회에서 우리글과 우리말이 급속도로 변질되고 퇴폐화 되어 정상적인 소통에 까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외래어나 신조어는 물론이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국적불명의 언어나 인터넷상의 특수어는 일반인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언어의 장벽을 쌓아가고 있다.
또한 거리를 가득 메운 입간판의 홍수 속에서 우리글과 민족성을 말하기엔 너무나 상반된 현상들이 난무하고 있어 심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류 최고의 언어인 한글이 오히려 우리나라 안에서 천대를 받고
홀대를 당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닐 때 불렀던 한글날 노래가사를 되새겨본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 한글은 우리자랑 문화의 터전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 넉자는 /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 한 겨레 한 맘으로 한데 뭉치어 /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꾼 /바른길 환한 길로 달려 나가자 /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의 나라 / 한글은 우리자랑 생활의 무기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