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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문 민 용 한국경목총회 이사
작성 : 2015년 10월 07일(수) 17:57 가+가-
스페인의 어느 선장이 열두 살 된 아들을 데리고 항해를 떠났습니다.
바다에 나가면 몇 달씩 걸리니까 전에 항해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아들이 몰라보게 부쩍 자라 있었습니다. 선장은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어느덧 의젓한 소년이 된 아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서 데리고 갔습니다. 선장이 항해를 떠나기 전에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바다에 나가면 하늘과 바다바껭 안 보이니까 심심할 거야. 그러니 장남감이나 읽을 책들을 많이 실어라.”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하는 첫 항해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장남감도 넣고, 책도 챙기고, 마지막으로 친구 삼아 어린 원숭이도 데리고 갔습니다. 드디어 배가 항구를 떠나 깊은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항해가 시작되자 선장인 아버지는 바빴습니다. 선원들에게 할 일들을 지시하고, 회의를 열러 필요한 일들을 의논하고…,
아들은 혼자 책을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심심해서 원숭이와 장난을 쳤습니다. 한참 재미있게 놀다가 원숭이가 아들의 모자를 빼앗아 도망갔습니다. 모자를 가지고 선실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더 이상 피할곳이 없자 원숭이는 돛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모자를 찾으려는 아들도 원숭이를 쫓아서 부지런히 돛대 위로 한 칸 올라가면 원숭이는 또 한 칸 위로 올라가고, 아들이 다시 한 칸 올라가면 원숭이도 한 칸 올라가고…, 그렇게 계속하다가 원숭이가 돛대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아들도 돛대 꼭대기까지 올라가 ‘이제 잡았다!’ 하고 원숭이에게 손을 뻗치는 순간, 원숭이가 폴짝 뛰어서 돛대 밑으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아들은 그때서야 자기가 돛대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돛이 흔들흔들하고 갑판 위에 있는 사람들은 조그맣게 보이자,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숭이를 잡으려는 생각에 빠져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돛대 꼭대기까지 올라갔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난 후에는 떨어질까 무서워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돛대를 꽉 붙잡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힘을 주어 돛대를 붙들고 있으려니 팔에 힘이 점점 빠졌습니다. 그때 한 선원이 돛대 꼭대기에 있는 선장 아들을 보았습니다.
“선장님 아들이 돛대 꼭대기에 있다!”
선원들이 돛대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뿐, 돛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선장 아들을 구해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습니다.
“저거 어떡하지? 힘이 빠져서 떨어지면 분명히 죽을 건데…”
선원 하나가 선장실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선장님! 선장님! 큰일났습니다!”
선장이 갑판 위로 나왔습니다.
“저기를 보세요!”
위를 쳐다보니까 아들이 까마득한 돛대 꼭대기에 매달려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선원이 선장 아들의 모자를 쥐고 있던 원숭이를 가리키면서, 모자를 찾으려고 원숭이를 뒤쫓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선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권총을 뽑아들었습니다. 선원들이 놀라 수군거렸습니다.
‘이 마당에 원숭이를 죽인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그런데 선장은 아들을 향하여 권총을 겨누었습니다.
“아들아! 내 말 들려?”
“예, 아빠.”
“너, 지금 바다로 당장 뛰어내려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빠가 권총으로 너를 쏠 거다!”
아들은 깊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다섯까지 세는 동안 뛰어내려! 안 그러면 ‘다섯’한 후 널 쏠 거다!”
아버지는 한다면 하는 분인 것을 아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다로 뛰어내리지 않으면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을 텐데, 막상 뛰어내리려고 하니까 시퍼런 바다가 삼킬 듯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죽더라도 총에 맞는 것보다는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이 낫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셋! 넷!” 했을 때, 발로 돛대를 힘껏 차면서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깊은 바다에 빠졌지만 미리 내려가 있던 선원들이 아들을 바로 건져내 무사히 살아났습니다.
돛대 꼭대기에 있는 아들을 누구도 구할 수 없었는데, 아버지의 지혜가 아들을 살린 것입니다. 아들에게는 그런 지혜가 없기 때문에 힘을 다해 돛대만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돛대를 끌어안는다고 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면 힘이 점점 빠지고, 결구 돛대를 놓치면 갑판에 떨어져서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호히 외칩니다. “네가 돛대를 잡고 있으면 살 것 같지만 결국은 죽어. 더 힘이 빠지기 전에 바다로 뛰어내려야 해.”하고 말입니다. 아들은 두려워서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권총을 겨누고 “바다로 뛰어내려! 안 그러면 널 쏠 거다!”하며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따라 바다로 뛰어내렸을 때 비로소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사는 것은 지혜가 부족하고 생각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때 내가 어떻게 하려고 발버둥쳐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벗어나서 다른 데에서 오는 지혜, 다른 데에서 오는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갖지 못한 다른 사람의 지혜로, 다른 사람의 소망으로, 다른 사람의 평안과 기쁨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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