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타결됐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정오를 기해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소리를 멈췄던 준(準)전시 상태 명령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피를 말리며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의 첫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군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극적으로 해소됐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화와 타협을 택한 우리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협상의 끈질긴 노력이 파국을 막은 것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우리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 간접 정상회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을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김 제1위원장을 각각 대신해 회담에 임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대북.대남 정책의 실무책임자다.
이들 4인은 무박 4일, 43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끝에 6개 항의. 합의사항을 도출했다. 서로 인내심과 융통성을 발휘했다고 본다.
막강한 한.미연합 군사력과 국군병사들의 뛰어난 용맹과 애국심,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일치된 단합 등은 이번 사태를 해결한 힘의 원천이다.
특히 전역을 자진 연기해가면서까지 조국을 지키겠노라는 병사들의 갸륵한 결심이나 2030 젊은 세대의 강력대응 여론은 감동적이었다.
합의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라고 돼 있다. 긴장 고조의 출발점인 지뢰폭발 사건에 대해 ‘북측’이라는 주어(主語)를 명시해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북측이 이제까지 지뢰 도발 자체를 부인해온 점을 생각하면 큰 태도 변화다. ‘유감’이라는 표현이 남측이 요구해온 ‘사과’에는 못 미치지만 그 현실적인 의미는 작지 않다.
재발 방지와 관련해선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지뢰 사건에 대응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되 ‘비정상적인 사태’가 생기면 다시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정상적인 사태가 뭔지에 대해선 남북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재발 방지 노력의 의지가 담긴 것은 확실하다.
이런 합의는 이번에 나타난 치킨게임식의 ‘강 대 강’ 대결 양식을 억제하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의 반환점을 막돌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각종 대북(對北)정책 구상을 밝혔지만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임기의 절반을 넘겼다. 우선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 무너진 윤리강상을 일으켜야 되기 때문이다.
남북 당국회담이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해야 한다. 이전처럼 매사에 엄격한 상호주의를 내세워서는 사사건건 충돌하기가 쉽다.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남북 경제.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비전 아래 여러 가능한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창의적으로 종합하고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못잖게 중요한 일이 북한 핵문제를 풀려는 노력이다. 남북관계와 북한 핵 문제는 개별이면서도 하나다.
남북관계 발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행문제와 얽히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관계는 핵문제 해결 노력의 유효성을 뒷받침하지만 거꾸로 핵문제는 남북관계의 수준을 규정한다.
핵문제 해결의 주된 무대인 6자 회담은 이미 7년 가까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불신(不信)의 고리를 끊고 한자리에 마주 앉아야 한다.
그 주된 동력은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발을 해도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다는 환상을 깨끗이 버려야 한다.
남과 북 모두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박근혜 정부의 중요한 성취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앞으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북측은 남측과 신뢰를 쌓으면서 개방.개혁에 나서는 열린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대승적 자세로 분단 70년을 맞은 남북관계에 새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