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겸 극작가 김경주(38)의 연극 ‘블랙박스’가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스튜디오76 무대에 오른다.
2008년 장정일, 하일지, 정영문, 서준환 등이 일으킨 희곡 부흥운동 ‘드라마톨로지’에 참여한 창작물이다.
하일지 ‘파도를 타고’, 정영문 ‘당나귀들’, 서준환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 등과 함께 희곡집 ‘숭어 마스크 레플리카’에 실렸다.
대학로의 서점 이음아트에서 낭독극 형식의 초연 뒤 작년 김동수플레이하우스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몇 차례 ‘부조리와 시극’이라는 주제로 독일 함부르크대학,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번역과 강의를 통해 소개한 것을 제외하면 제대로 무대를 갖춘 형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기내극’을 표방한다.
추락을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블랙박스’처럼 인생의 굴곡과 현대인의 불안을 항공기 내부에서 보여준다.
2065년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열한 시부터 자정까지, 구름 속에 머무는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이륙과 동시에 조종실은 구름 속에서 불빛을 발견한다.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비행기는 그 불빛을 따라간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무도 본 적 없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기묘한 구름 속을 헤맬 뿐이다.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한 채 허공에서 1시간 동안, 하지만 지상의 시간으로는 무려 이틀 동안이나 실종된 채 활공을 반복하고 있다.
김경주는 “죽음에 관한 경험은 살아있는 한 모두 평등할 정도로 그 방면에선 체험이 전무하다”면서 “극 속의 인물들은 존엄사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들이다. 비행기가 곧 떨어질 거라는 방송을 들으면, 벗었던 신발부터 제일 먼저 신게 되는 존재가 바로 당신이다. 우습지만 그게 무슨 쓸모가 있다고, 그런게 삶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창직, 최광덕, 권택기, 곽현석, 오선아, 곽정화 등이 출연한다. 연출 유영봉, 제작 극단 에스·주성근, 러닝타임 90분, 2만원. 한강아트컴퍼니 02-3676-3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