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의 허와 실
조경희 진주 보건대 보건행정과 교수
작성 : 2022년 12월 18일(일) 16:52 가+가-

연말이 되면 미뤄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은 붐비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2년에 한번씩 국가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은 건강한 신체이다. 옛말에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돈이나 명예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 어떤 소중한 것도 소용이 없게 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전 국민 국민건강보험은 국내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병이나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좋은 질병, 검진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질병 등에 대해 1차적인 건강검진을 수행함으로 인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함으로써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미리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국가 건강검진은 세대별 대상에 따라 일반인, 영유아, 학생 등으로 나누어져 매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국가 건강검진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아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수한 의료체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이 과잉상태로 인해 불필요한 검진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 건강검진 시스템에 대한 일부 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분야 관점에서의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검진을 통해 가짜 양성환자로 진단받게 되어 불필요한 상황들을 겪게 되는 것이다. 가짜 양성환자란 검진을 통해 질병이 있다고 판정받은 사람 중 실제로 그 질병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정확성이 아무리 높은 검사라 하더라도 유병률이 매우 낮은 암과 같은 질환의 경우 그 질병에 대한 예측률이 낮아 질수 밖에 없다. 실제 대부분의 암 검진이 이러한 양성예측률이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가짜 양성 환자들은 잘못된 진단으로 인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리적·경제적·시간적인 부담들을 발생시키며, 필요 없는 추가 검사를 통해 신체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문제들도 발생하게 된다. 하나의 예로 대장암이 의심되어 추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중 약 0.1% 정도는 그로 인해 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천공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며, 그로 인해 불필요한 개복 수술까지 받게 되는 사례들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둘째,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질병 진단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치료를 통해 예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진행속도가 빠른 질환에서는 대부분의 치료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진단하지 않음으로써 치료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 대부분의 암 치료는 정상 조직이나 정상 세포까지 제거해야 하는 침습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치료이며, 암 치료 과정 중 치료 자체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도 일부 발생한다.
셋째, 진단 또는 치료받지 않아도 생명에 지장을 받거나 사망하지 않는 질병들에 대한 조기 발견이다. 질환의 특성상 치료할 필요가 없는 문제가 되지 않는 질환을 굳이 진단하게 되는 경우를 ‘과다진단’이라고 말한다. 유방암의 경우 건강검진을 통해 진단받은 사람들 중 약 20%는 가만히 두었더라면 죽을 때까지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경우에 과다진단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치료가 필요 없는 질환을 일부러 진단하고 치료함으로 인해서 오히려 정신적·신체적·경제적인 고통만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넷째, 고령자의 암 검진은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클 수 있다. 일반적으로 70대 중반이 넘는 고령의 경우에는 암의 진행속도가 더딘 데다가 암 발견 후에 치료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은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등의 치료를 이겨낼 수 있는 건강 상태가 뒷 받침이 되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진을 받는 것이 무조건 이득일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이후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건강검진은 오직 해당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과 관리 방안이 명확하게 있는 경우에만 해당 질병으로 인한 장애와 사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폐암과 같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암이나 갑상선암과 같이 가만히 놔두어도 대부분이 사망에 이르지 않는 암의 경우에는 건강검진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이 검진을 받게 되면 오히려 검사로 인한 방사선 노출, 장 천공 등과 같은 재검사와 추가 검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과다 검진되어 치료까지 받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치료 중 사망 등과 같은 치료의 부작용까지 감당해야만 한다. 그리고 가짜 양성 진단을 받았다가 검사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 이외에 심리적 피해와 그에 따른 부작용 등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검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바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건강검진 사업이 국민건강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순기능을 극대화 시키고, 현재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검토하고 개선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