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판치는 사회!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2년 12월 05일(월) 16:49 가+가-

11월 29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 후반 9분, 왼쪽 측면에서 포르투갈 브루노 페르난데스(28)가 올린 크로스에 맞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가 수비라인에서 치고 나오며 펄쩍 뛰어올라 헤더를 시도했다. 골이 그물망을 흔들자 호날두는 양팔을 벌린 채 페르난데스에게 달려가 포옹을 나눴다.
기쁨의 순간도 잠시 호날두의 기록인 줄 알았던 이 골은 크로스를 올린 페르난데스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공이 호날두의 머리에 닿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스크랩〕은 진짜 너무 추한 호날두라고 혹평했다. 세계인들이 지켜본 스포츠 행사마저도 거짓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 거짓이 전 방위적으로 스며들고 있는 사례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탈 진실(post truth)’을 뽑았는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공중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다. 그러니까 6년 전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서울대 박유진 교수가 옮긴 “무기화된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머리말에 제시한 당시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한 우리의 사자성어에 해당되는 낱말이다.
금년의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우리의 사회상을 한마디로 제시하라면 필자는 망설이지 않고 ‘거짓이 판치는 사회’라고 말하고 싶다. 사자성어로는 지록위마(指鹿僞馬)라고 할까? 그런데 거짓말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 모두는 날마다 거짓말을 하며 생각보다 훨씬 자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누구나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심리학자들은 10분의 대화에서 대략 2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말한다. 이는 거짓말을 반찬처럼 하고 산다는 말일 게다. 거짓말도 여러 유형의 거짓말이 있지만 궁여지책으로 한 거짓말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예 중 하나는 예수님의 애제자 베드로의 거짓말이다. 그런데 길지 않은 몇 시간 후에 그는 인생의 대전환을 가져올 만큼 통절한 뉘우침과 회개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베드로의 거짓말을 나쁜 거짓말로 가슴에 새기지는 않는다. 물어보는 사람에 대한 태도도 꼭 대답을 해야 할 정도로 무게를 둘 필요나 가치도 없는 그냥 지나쳐도 될 법한 당시 상황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착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순간적인 이탈 정도로 여긴다. 또 우리 주변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에는 위트도 곁들일 수 있고, 상대방을 속여서 무슨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살아가다 보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할 때도 있을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거짓이 진실을 뛰어넘어 판도를 바꾸려고 하는 비인격적인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언행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출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행위야 말로 철저히 밝혀내어 3족을 멸하는 심정으로 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순수한 청소년들,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들이 그것이 마치 정치인양 배울까 싶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짓말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느 범위까지를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까? 놀랍게도 거짓말이라는 개념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받은 통일된 정의가 없다.
일상어에도 정확한 학술어에도 누구나 거짓말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거짓말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는 설명하기 힘들어한다. 게다가 거짓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미 400년 전에 프랑스의 인문주의자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하나뿐이지만 거짓말에는 한없이 많은 변종이 있다.” 우리는 거짓 맹세를 하고, 음모를 꾸미고, 대역죄를 범하고, 거짓 변명을 늘어놓고, 삶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왜곡한다.
학계에서는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거짓말이 되려면 ‘의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다. 옳고 그른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제 선거에 의해 공직을 맡게 되는 정치인 중심으로 우리의 시야를 좁혀보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말을 많이 인용한다. 그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다. 능력, 경력, 비전, 도덕성 등… 그중에서도 도덕성이야 말로 여러 기준의 최고 덕목이라고 유권자들은 말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과 진실을 담아내는 후보를 고르는 일은 최선의 투표행위이다.
금년에 치렀던 대선과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대장동 사건은 대선 후인 지금까지도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재판을 진행 중이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건도 재판 진행 중이라 한다.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사회가 언제나 정직하고 도덕성을 제대로 갖춘 인물이 공직에 선출될 수 있을까? 거짓이 판치는 사회여!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