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시의 날, 잡지의 날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2년 11월 01일(화) 16:43 가+가-

11월 1일은 ‘시의 날’, ‘잡지의 날’이다.
‘시의 날’은 1987년 한국현대시인협회 권일송 회장(당시 호칭)이 제안하고 400수 시를 외우며 낭송을 즐긴다는 소년한국일보 김수남 사장 발의로 한국시인협회(김춘수 회장)의 동참을 얻어 제정되었다.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제정하게 된 뜻은 18세 최남선이 1908년 ‘소년’이라는 잡지를 창간, ‘해에게서 소년에게’ 발표가 현대 시 시작으로 기록한다. ‘소년’지 창간의 날, 11월 1일에 의미를 둔다.
제1회 ‘시의 날’ 행사는 1987년 11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권일송, 김남조, 문덕수 시인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인 72명이 주축 되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였다.
‘시인 만세’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당시 분위기를 전달하는 이근배 시인(예술원 회장)에 의하면 시인, 연극인, 음악가 등 3500명(당시 신문은 4000명으로 보도했으나 이근배 시인의 증언을 자료로 선택))이 참석하였다. 강당에 입장 하지 못한 시민은 암표를 사려는 사단도 일어났다.
식순은 서시낭독에 서정주, 정한모 등 원로 시인의 자작시 낭송이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의미 있는 현상은 한국 ‘시의 날’ 제정은 ‘세계시의 날’을 제정으로 연결이 된다.
유네스코는 시의 활성화와 언어의 다양성을 증진 시키기 위해 세계시의 날을 제정했다. 매년 3월 21일이 ‘세계시의 날’ 기념일이다.
1999년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이날을 ‘세계시의 날’로 제정한다.
한국의 ‘시의 날’이 곧 유네스코의 ‘세계시의 날’ 까지 파급된 된 것이다. 당시 유럽의 언론들이 한국의 신문에서 받은 인상은 ‘한국은 시의 강국’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국의 일간지는 한국일보를 비롯하여 1면에 시를 게재하기 때문이다.
시가 1면에 게재된다는 의미는 독자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를 처음 게재하기 시작한 신문은 한국일보 장기영 사장이었다. 장 사장과 같이 일한 소년한국의 김수남 사장이 400수의 시를 낭송한 연유도 있다. 김수남 사장은 시인이 아니다. 시를 창작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를 사랑한다.
한국의 시단(詩壇)은 그를 명예 시인으로 위촉하였다. 명예박사는 있어도 명예 시인이라는 호칭은 김수남 사장이 세계 최초다. 한국일보 건물에는 송현클럽이라는 카페가 13층에 있었다. 문인의 행사장으로 사용되었다. 김수남 사장은 송현클럽에 시인들을 초대, 시 낭송을 자주 열었다. 행사비는 김수남 사장의 자비거나 후원자를 만들었다.
1993년 12월 27일에는 권일송, 박재삼, 이형기 시인을 비롯한 여섯 분의 회갑연이 열렸다. 김수남 사장은 회갑을 맞은 여섯 분 시인을 송현클럽에 초대, 회갑 시낭송회를 가졌다. 다소 높은 단상에 여섯 분을 앉히자 권일송 시인(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역임)은 ‘우세를 시키려고 자리를 높이 했구먼’ 하며 좋아했다. 구상, 황금찬, 김남조, 감태준, 강계숙, 허영자, 김광림, 전규태, 성기조, 김성우(한국일보 국장), 김성옥(연극인), 이민섭(당시 문광부장관)을 비롯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 참석하였다.
미당 서정주 선생은 행사장에 나서다 발을 삐끗, 참석하지 못했다는 알림도 있었다.
‘회갑 시인초청 송년시회’ 싸인 보드판이 만들어 졌다. 시도반은 당시 시단의 입구에 서성이는 끄트머리 시인으로 권일송 시인의 제자 자격과 김수남 사장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서 김수남 사장에게 싸인 보드판을 복사보관 하고 싶다며 빌려왔다. 돌려드리려는 약속 주간에 김수남 사장은 병마와 사투 중 하늘나라에 가셨다.
뜻하지 않게 싸인 보드판의 복사본과 원본 모두 소장 하게 되었다. 시도반은 개인적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싸인 보드판을 보면 김수남 사장의 시 낭송 모습이 생생하다. 김수남 사장은 양수리 호숫가 지인의 별장에서 투병 생활했다. 시도반은 동료인, 광운대 국문과 조규일 교수와 김수남 사장을 찾아, 근처의 골프장에서 가벼운 골프를 치기도 했다. 그렇게 쉽게 별이 될 줄은 몰랐다.
2022년 ‘시의 날’ 행사는 한국현대시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 공동으로 마포구 청소년문화 공간에서 2시, 개최되었다. 주제는 ‘시의 통일을 빚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양왕용 이사장 개회사, 유자효 한국시인협회 이사장의 ‘시의 날’ 선언문 낭독, 최은하 시인 격려사가 있었다.
사회는 정유준 한국현대시협사무총장이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아쉬움은 ‘시의 날’에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협대표자 대회 행사가 겹쳤다.
‘시의 날’은 국경일처럼 정해진 날이다.
문학 행사들이 ‘시의 날’과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문인들의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