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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음에 빈 의자를 놓아두라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학평론가
작성 : 2022년 08월 09일(화) 16:38 가+가-
하버드대학교에서 학생을 상대로 80년 이상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연구의 제목은 ‘그랜트 연구’다.
성급하게 결과부터 말하면 ‘삶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명 ‘인생 성장 보고서’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268명의 하버드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 프로젝트다. 연구는 1938년부터 시작되었다.
연구의 내용은 건강, 성격, 지성, 습관, 관계 등이 풍요로운 삶에 어떤 이바지를 하는지 알아보는 연구였다. 연구를 이끈 교수는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 정신의학과, 1934~) 박사다.
거두절미, 연구의 대답은 ‘삶의 진정하게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지는 속도를 늦추더라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을 맞아들일 여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시인들의 시에서 상당한 부분이 삶의 여백을 간직하는 시를 만든다. 문덕수 시인, 조병화 시인은 마음에 빈 의자를 놓아두는 시를 만들어 독자들의 공감을 크게 만들었다. 그들의 시는 교과서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노래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하덕규 시집(1989년)에 발표된 ‘가시나무 새’는 매우 인상적이다. 첫 행부터 마음을 움직인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이 쉴 곳 없네/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가시나무 새의 첫 소절 부분이다) 34행의 긴 시다. 말없이 눈으로 읽기만 하여도 나의 살아온 날들을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낯선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인생의 절반이 넘는다. 성직자들은 하루의 일과가 듣는 일이다. 그들과 같이 걸어주는 일로 성직을 수행한다. 빗나간 성직자들은 교인을 떠나서 도로의 성직자들이 많아져 간다. 성직자가 교회를 떠나는 것은 이탈이다. 교사가 강단을 떠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은 국민을 위하여 대화하고 민의 의견에 담론하는 것이다. 소유의 풍부함은 자신이 속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명을 벗어나는 것은 죽은 소명이 된다.
막차가 떠나고/버스 정류장의 외등도 꺼졌다/나는 어둠과 눈을 마주한 채 체온이 사라진 의자에 앉아 있다/내일 아침 첫차로 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사실, 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그러나 기다려 볼 참이다/기다림이 없는 삶은 얼마나 메말랐던가/그래서, 차를 타지도 않을 나/그래서 오지도 않을 나를 마중하기 위해/버스 정류장의 의자를 지키는 중이다//체온이 식어 버린 빈 의자/누군가 버리고 간 차표와/허탈감 몇 조각만이 어둠 속에 잠기고 있다//
김용언 시인의 ‘의자를 지키는 이유’ 전문이다. 화자는 막차가 떠난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 있다.
옆은 비어 있다. 너무 많이 비워진 의자는 허탈의 조각이 옆에 앉는다. 현대인에게는 누군가와 마주한다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이다.
나의 주변을 맴도는 지금이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버드대 기숙사는 새벽 4시 30분이면 불이 켜진다. 그들은 공붓벌레로 인식을 한다. 공부가 미래고 인류의 나아가는 길로만 알았다. 베일런트 교수와 학생들은 80년의 연구 결과에 서로들 놀란다.
그리고 깨달음을 갖는다. “절망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 한 아브라함 헤셸의 말도 새롭게 인식을 한다.
직설화법을 빌리면 ‘친밀한 대화의 상대가 옆에 있는 것’이 건강이고 성공이라는 사실이다.
하버드 공붓벌레들의 80년 연구의 결과는 서로를 감싸는 것은 지식이 아니었다. 그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다. 아는 것이 식물의 잎이라면 행하는 것은 꽃이다.
다수의 식물이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은 행하기 위함이다.
‘행함’은 ‘지금’이라는 현재형이 붙어 따라다닌다.
알면서 행하지 않는 것은 마른 잎과 같다. 지금, 마음에 빈 의자를 놓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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