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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 곳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것
강나루 시인·시와사람 편집장
작성 : 2022년 08월 07일(일) 16:34 가+가-
이제는 익숙한 마블 영화를 비롯하여, 여러 대중매체에서 다중우주,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활용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었다.
게다가 ‘보편적인 구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평행우주들의 집합이지만 사소하거나 결정적인 특정 시간이나 사건마다 우주가 무한히 분화하는’ 다중우주라는 활용법 또한 대체로 흡사하다. 즉, 선택에 따라 우주가 분화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선택한다. 학창 시절 답을 알지 못하는 객관식 문제부터 진로, 친구 관계, 이직, 이사, 결혼……. 시간이 지나고 예전의 그 선택을 떠올릴 때 만족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하는 경우도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다중우주를 전개하는 방식의 콘텐츠를 즐기다가 문득, 같은 이름과 외모를 가진 멀티버스 A의 주인공과 멀티버스 Z의 주인공은 과연 동일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A와 Z는 유전적으로 같은 인물일지라도 수많은 다른 선택과 다른 경험을 해왔으니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별개의 인물이라고 간주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마치 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문제처럼 여겨졌다.
먼 옛날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두고 우주에 비유하여 소우주라 했다. 인간이 우주의 축소판 혹은 우주의 온갖 요소가 인간에게 있다 하여 소우주라고 한 것인데, 수학에서 이야기하는 프랙탈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뭇잎의 일부분을 확대해서 본다면 전체와 동일한 모습이 보이고, 그 일부를 또 확대해서 본다면 다시 전체와 동일한 구조가 관측되는 것이 바로 프랙탈인데, 광활한 우주는 어느 곳을 보더라도 우주적인 풍경이고 계속 확대관측하다 보면 결국 인간이 나타난다는 의미라면 인간의 정신이 소우주라는 옛 선조들의 말이 통찰을 담은 말이 아닌가 느껴진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을 읽다 보면 때론 철학적이고 때론 감성적인 주제들을 자주 거론한다. 슬쩍 목차를 보더라도 그렇다.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밤하늘의 등뼈’,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영원의 벼랑 끝’ 등 천체물리학자이면서도 명확하고 데이터를 따르는 직설적인 문법 대신 비유적인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저 먼 우주를 평생 관찰하면서 무엇을 본 것일까? 나는 그가 깊은 우주의 먼지 속에서 인간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성운의 먼지들 사이를 요동치는 벼락을 보다가 문득 인간의 뇌가 떠올랐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마블의 영화 아이언맨의 2편에서 인간의 뇌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우주냐고 묻는 장면이 등장한만큼 나만의 독특한 감상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 우주를 연구한 칼 세이건이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도 얼마간 살았다. 덕분에 평생 본 외국인보다 더 많은 외국인을 단 몇 개월 만에 보았고 여러 지역의 사투리를 듣기도 했다. 광주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하고서도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이다. 그래서 경험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저녁 무렵 집 앞 편의점 벤치에 자주 보이던 파키스탄인 혹은 인도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두 명은 늘 자기들 언어로 맥주 한잔씩 들이키며 떠들었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결심을 했기에 이 먼 타국까지 왔을까? 둘은 어떤 주제로 웃고 떠드는 것일까? 평소 그들은 어떤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나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저 먼 우주의 풍경을 매일 밤 올려다보면서도 그곳에 무엇이 있고 어떤 과거를 보냈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저 올려다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좀 더 접근하고 서로 탐색하고 아는 사이가 된 이후에야 조심스레 물어보고 들려주고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홀로 고고히 빛나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된다면 모두가 알아주리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태양은 그저 온 은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별들 중 하나일 뿐이고 그저 우리 가까이 있어서 특별하게 다가올 뿐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온 우주에서 지구가 다시없이 특별한 이유는 내게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늘 부족한 무언가를 풍족한 다른 무언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성공해왔지만 지구만은 여전히 대체해내지 못하고 있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넓은 우주에 오직 하나뿐인 나라는 소우주는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대체가 불가능한 것은 나의 입장에서 일 뿐 인류, 사회라는 관점에서는 수없이 많은 하늘의 별들 중 하나일 뿐이니 지구와 같은 입지를 위해서는 나 스스로 지구 같은 사람이라는 자존감과 노력을 가져야 한다는 진부하지만 명확한 사실만을 다시 확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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