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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라는 무더운 거짓말
강나루 시인·시와사람 편집장
작성 : 2022년 07월 24일(일) 16:43 가+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녹화사업을 이뤄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녹음이 우거진 산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십수 년간 그런 녹음 사이로 점차 이질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에는 대형 축사가 들어서기도 하고 송전탑이 들어서기도 하고 대형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외가집 가는 길에도 태양광발전 시설이 드문드문 보인다.
친환경은 21세기 들어 지속적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화두일 것이다. 엄청난 기술적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고, 미국 단극체제에 도전하는 몇 개의 국가가 나타나는 등의 경제적·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친환경이라는 화두는 휩쓸리지 않고 꾸준하게 관심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토대에서 태양광발전, 태양열발전, 풍력발전 등의 자연을 이용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은 크게 투자받을 수 있었고, 그중 태양광발전의 경우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건물 옥상이나 도시 바깥에 다양한 규모로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고흥 해창만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세척하느라 물고기가 떼죽음했다는 기사를 기억한다. 매일 관리해주었다면 굳이 세정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기억난다. 「2019년 국립산림과학원 보고서」에서는 1헥타르의 산림을 20년간 유지할 경우에는 3억 7천만 원에 달하는 환경편익이 발생하고, 같은 규모의 태양광시설을 20년간 운영할 경우 2억 4천만 원의 환경편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물론 태양광발전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더욱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래서, 친환경이라면서 산중의 수많은 나무를 벌채하고서 짓는 태양광발전이 진정한 친환경일지 의문이 들었다. 태양광발전이 탄소배출 없는 훌륭한 것이라지만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태양광발전으로 줄이는 탄소의 양보다 많은 데다가, 과연 숲이 제공하는 야생이라는 생태계를 희생할 만큼의 큰 가치일까? 전기자동차는 배터리가 손상되면 해당 부품이 연결된 어셈블리, 즉 배터리와 결합 된 부품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은 채굴에도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재활용 비용이 새 제품 제작보다 비싸서 재활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통째로 교체한다면 그 큰 폐기물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가 보고 듣는 수많은 친환경 기술 중 어디까지가 진실한 친환경이고 어디부터가 거짓된 친환경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거짓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최근 수년간 인도네시아는 바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수도인 자카르타가 점차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범람원에 위치한데다 과밀한 인구 탓에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지반침식이 심해져서 심한 지역은 1년에 25cm나 가라앉는다고 하니 사투 외에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자연의 반격에 있어 우리나라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이 잘 된다면서 우수한 기술을 자랑하는 것을 보았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편서풍을 따라 황사와 미세먼지가 흩날리고 장마와 가뭄이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가혹한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 년 내내 잘 굴릴 수 있는 무기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잘 작동할 테니 세계의 다양한 기후를 막론하고 팔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하여서 여름은 당연히 덥고 겨울은 당연히 춥다고들 여기는데,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현상을 솥 안의 개구리처럼 겪고 있는 것은 지구 온도가 높아가는 영향일 것이다.
매 여름, 전력 발전량을 보며 혹시 블랙아웃이 오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대량으로 여유분을 확보하고 남으면 저장해두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남은 전기는 저장해두는 것이 더욱 비싸고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개인에게 전력발전의 기회를 열어주고 한전이 필요할 때 비싸게 사서 공급한다니 전력수요를 측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담당자들이 예산과 위기관리라는 양쪽 낭떠러지 사이에서 참 힘든 일을 하고 있다.
친환경으로 가는 길이 참 험난하다. 탄소제로는 현실성이 없어서 탄소중립.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없어서 친환경이지만 배터리 수리는 연결된 어셈블리를 통째로 교체. 태양광은 탄소배출을 거의 하지 않지만 벌채해서 건설하고, 관리 인건비가 아까우니 내버려 뒀다가 한꺼번에 세제로 세척.
옆 나라 일본은 지난 6월에 최고기온 47도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친환경농법을 위해 논에 풀어둔 가재가 발갛게 익어서 둥둥 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환경성은 절전도 필요하지만, 더울 때 에어컨 켜는 것을 참지 말라는 캠페인을 하기에 이르렀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노약자가 죽을 수 있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기후변화 탓에 살기 위해 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탄소배출을 꺼리지 않은 인간의 이런저런 핑계가 드디어 인간에게 돌아온 것이다.
전력의 생산 기술이 친환경이라도 생산 환경, 운영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실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기계의 작동이 친환경이라도 유지보수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면 친환경이라는 마케팅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한다. 거짓말하는 것이 진실한 것보다 손해라서 어쩔 수 없이라도 진실해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 뉴스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상품 구석의 재활용 표시처럼 자원을 순환시키며 환경파괴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인데, 우리 인간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라도 진짜 친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요구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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