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8시에 떠나네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학평론가
작성 : 2022년 07월 12일(화) 17:02 가+가-

떠났다. 이별은 문학과 예술에서 성찬(盛饌)의 재료다.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에서 ‘이별’시어는 이렇게 멋질 수 없다. 눈물 콧물 애수도 아닐 진데. 이별의 언어를 무심하듯 툭툭 사용함이 능통이다. 눈 마주치지 않고 먼 산 보고 던진 말이 더 아픈 경우다.
‘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부분이다. 부사(副詞)가 필요 없다. 밋밋하기 이를 데 없는 시어만으로 이별의 정한(情恨)을 난도(亂刀) 한다.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은 더 가관이다. 첫 행부터 이별에 대하여 소리 없는 꽹과리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하지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첫 행 ‘섭섭하게.’ 부터가 의표를 찌른다. 마침표를 찍는 것은 서정주시의 세련미를 한껏 살린다.
왜 서정주인가, 말하게 한다.
미당이 불가에 근접 생활은 자명 사실이다. 불가의 연꽃은 사연 사연이 있다. 그래서 석가의 꽃이다. 그 연꽃을 놓고 태연하게 이별을 바람에 실리 운다.
이별은 인간 내면에서 형용키 어려운 척추다. 마디가 욱신거린다. 군대 간 아들. 전쟁터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 막장에서 들려오는 비보. 인간이 부딪치기 어려운 상황들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곳, 사라지는 것들은 이별이다. 문학에서 이별의 감정선을 얼마나 잘 붙잡는가에 성패는 달려있다.
지구상에는 이별이 가장 많은 땅도 존재한다. 그리스에서 가장 큰 크레타섬이다. 그리스 발칸반도 아래의 자그마한 섬이다. 행정구역상 크레타 주에 속한다. 크레타섬은 반짝반짝 빛나는 지중해의 보석이다. 보석은 탐욕의 대상이다. 보석과 같은 크레타섬은 갖고 싶다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기원전 71년 로마제국으로부터 오스만 제국까지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이 섬을 가지려 했거나 지배했다. 히틀러까지도 이 섬에 욕심을 부려 공수부대를 투하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그만큼 크레타는 주변국의 탐욕의 섬이었다.
결국, 수많은 제국의 침공을 받다가 1913년에야 그리스영토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그래서 학인은 크레타섬을 이별의 섬이라 부른다. 전쟁을 통하여 너무 많은 이별을 하였다. 크레타섬에는 수많은 인물을 탄생시켰다. 1979년에 노벨상을 받은 시인 오디세아스 엘리티스가 있다. 200여 나라의 언어로 앨법을 발표한 나나 무스크리와 같은 세계적인 가수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를 배출한 섬으로 유명하다. 크레타섬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000년 나이의 올리브나무가 지금도 무성하게 열매를 맺는다.
크레타섬은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탄생시킨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카잔차키스는 크레타에서 태어나고 세상을 떠나기까지 작품 생활을 한 곳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1946년에 출간됐다. 한국에서 1980년 이 윤기가 번역하여 출간됐다.
소설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노벨상에 올랐으나 카뮈에 한 표 차이로 놓치는 아쉬움의 소설이다. 카잔차키스는 작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도 자자하다. 소설은 감성이 빼어나며 시적이라는 평판을 받는다. 1964년에 상영된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의 OST에서 ‘기차는 8시에 떠나네‘노래로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한국의 조수미가 부른 노래는 이별에 대한 감성을 자극한다.
수많은 가수가 불렀으나 조수미에 의해 앞에 부른 가수들은 일반인이 되었다는 평이다. 학인은 밤이 이슥한 시간에 노래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폐부를 오려내는 듯한 노랫말과 조수미의 음성 때문이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내 기억 속에 남으리./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당신은 오지 못하리./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남긴 채 앉아만 있네./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조수미의 노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하여 사람들의 가슴으로 오늘도 떠나고 있다. 영화 닥터 지바고처럼 기차의 이별은 이별 중의 이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