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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의 균형감각, 사이버 공간의 이성적인 언어소통이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든다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2년 07월 11일(월) 17:01 가+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그 역사가 다른 서구 여러 나라에 비해 일천하여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많이 부족함이 있다고 스스로 자책하고 있음은 모두가 시인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NGO 활동과 정의로운 시민들의 바른 외침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바르게 나아가도록 하는 방향타 역할을 해 왔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목소리가 사라져 가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들이 점점 오염되고 황폐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옛 속담에 ‘배부르고 등 따시면 하던 일도 멈춘다.’는 말이 있다. 곰곰 생각해 보건대 일찍이 물질적 풍요로움이 오늘날처럼 극에 달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바로 삶의 여유가 개인주의 성향으로 바뀌고 있고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던지 그에 대한 관심이 덜 하다는 이치이다. 맞는 말 일 것 같다. 심지어는 대표적인 NGO들도 자치단체의 보조를 받으면서 그들의 영향력이 많이 축소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풍요 속의 빈곤, 자원의 낭비, 나라 간의 협력. 과학 기술의 협력 등 많은 과제가 새로이 등장되고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프트 파워의 영향력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눈에 보이는 하드 파워의 영향력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인류를 하나로 연결된 세상은 우리의 인격과 품성과 삶의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라는 단편만을 가지고 평가해야 하는 스스로 불공정한 과정을 시인해야 하는 사이버 공간에 노출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톡을 들 수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이성이나 감성에 의하지 않고 순간적인 감정이나 분노로 머리에서 쏟아져 나온 비이성적인 언어들이 가상공간에서 살인에 가까운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들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하드웨어적인 발상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고라 광장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곳에서 인격과 품성이 도야되고 모난 곳이 다듬어지며 균형감각과 이성적인 인격체로 바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 자연을 창조하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도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다. 도시가 생기고 문명이 발전했다. 도시의 중심에는 반드시 광장이 있었다. 광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광장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 삶의 중심지였던 고대 아고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아고라는 그리스 문명이 잉태된 요람이다. 고대 아고라는 아테네 도시국가 시절 최초의 직접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민회(시민 총회)가 열린 곳이다. 민회는 나중에 프닉스(지금의 프니카)로 이전되었지만 처음엔 아고라에서 시작됐다.
아테네 시민이라면 지위와 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연단에서 발언할 수 있었다. 고대 아고라에는 시민 법정도 있었다. 시민 법정에서는 30세 이상 아테네 시민들 가운데 추첨으로 뽑힌 배심원들이 재판을 담당했다. 오늘날 국민 참여재판인 셈이다. 아테네 사법제도를 다룬 연극에 등장하는 한 아테네 시민은 “법원에서 우리의 권력은 왕권 못 지 않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변호사가 없던 시절 일반 시민들의 영향력은 컸다.
고대 아고라에 이어 아테네 민회가 열렸던 공간은 프닉스(Pnyx)다. 프닉스는 그리스어로 ‘군중이 꽉 들어찬’이라는 뜻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주요 정치인들이 열변을 토했던 광장이다. 기록에 따르면 프닉스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최대 6000명이었다고 한다. 민회는 아테네에서 시민권을 가진 20세 이상 성인 남자들이 모여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토론과 투표로 결정한 회의였다. 1년에 40여 차례 열렸는데 다수결 원칙이 그때 등장했다.
왕족이나 귀족이 아닌 평민도 시민권이 있으면 민회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었다. 민회를 통해 다져진 민주주의의 힘이 아테네 공동체의 단합을 이끌었다.
우리는 오랜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후진 개발도상국 가운데 처음으로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성공의 역사를 경험한 나라임은 물론, 분열과 갈등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실패의 역사 또한 간직한 분단국임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은 소프트파워를 이루어 내는 최대의 적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온 백성을 위하지 못하고 자기들의 파당을 앞세운 붕당정치가 득세하면 국가의 힘은 2분의 1, 4분의 1, 8분의 1로 급격히 쇠락하게 된다.
우리가 공의와 대의에 기반을 두지 못한 자기 유익을 위한 주장은 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대립과 분열로 치열한 싸움판일 수밖에 없으며 성숙한 시민사회로 진입할 수 없다.
오랜 세월 훈련되지 않아 익숙하지 못했던 토론문화를 개선하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담론을 만들어 가는 길이 21세기를 이끌어가는 덕목일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아고라 광장을 운영하는 일이 하나의 길일 수도 있다. 아직은 하드웨어 광장이 주로 머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사이버 광장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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