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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와 길고양이
강나루 시인·시와사람 편집장
작성 : 2022년 05월 22일(일) 17:05 가+가-
아침에 일어나면 문 앞에다 물어뜯어 피투성이가 된 쥐를 물어다 놓았다. 그 고양이가 한 짓이다.
검은색과 흰색이 적절하게 섞인 깜찍하게 생긴 어미고양이가 새끼 두 마리를 달고 다니면서 마당이나 정원에다 배설을 해놓고 흙으로 덮어 놓아 때로는 지뢰를 밟은 듯 낭패를 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새끼들도 어미를 닮아 여간 말이 많다. 하루 종일 울어대는데 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환장하게 한다. 음침하고 음험스러운 느낌을 주는 새끼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는 특히 궂은날에는 괴기스러워 소름이 돋기도 한다. 담장을 뛰어내리면서 담장 밑에 심어놓은 상치며 꽃나무를 부러뜨리기 일쑤이다.
오죽하면 고양이들을 덫으로 잡을 생각까지 했겠는가? 고양이들은 내가 나타나면 슬금슬금 뒷걸음친다. 그러다가 내가 발걸음을 멈추면 나를 뻔히 바라보면서 도망가지 않는다. 눈빛도 화살처럼 독기가 서려있다. 이후 고양이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서로 눈을 부릅뜨고 마주보며 대결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면서 고양이들은 계속 집안 곳곳에 죽은 쥐를 물어다 놓았다. 여전히 마당이며 정원에다 배설해 흙으로 덮어 놓았다. 마당 가운데 파리가 날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고양이 배설물이 묻혀 있다. 여름이면 악취가 더 심했다. 그러면서 나는 고양이에 대한 인상이 아주 고약해져갔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양이들에게 무심해지기로 했다. 그렇게 3년 여를 무심하게 지내자 고양이들도 나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얼른 시선을 피해 가던 길을 멈추고 봄날 새로 움튼 새싹을 보는 척 했다. 그러자 고양이도 지붕 위에서 딴 곳을 바라보는 척 시선을 돌렸다. 나와 고양이는 속마음이 있으면서 겉으로는 서로에게 모르는 척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와 고양이가 적당한 거리에서 거리를 조정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행위일 것이다. 그래야만 최선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는 서로 모르는 척 하는 거리, 그 거리가 인간과 고양이가 양존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관계인 것이다.
적당한 거리, 지금 나와 고양이가 취할 수밖에 없는 이 애매한 거리는 참으로 비극이다. 따지고보면 고양이의 생태적 습성을 오해한 인간의 생각이 고양이가 해코지한다고 믿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별로 하지 않아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른다. 또는 ‘길고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으로 슬픈 고양이의 이름이다. 설령 고양이가 생선을 물어갔다고 해도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은 고양이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인간은 소, 말, 돼지, 염소, 개, 닭 등 수많은 동물들을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채찍과 먹이로 순치해 놓고 도구와 식량으로 사용했다.
때로는 인간의 사슬을 피해 집을 뛰쳐나간 동물들 중 고양이에게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다. 고양이가 도대체 무엇을 도둑질했다는 말인가? 큰 돈을 사기친 것도 아니고, 부실공사로 건물을 붕괴시킨 것도 아닌데, 아니 저축은행사건으로 부도덕하게 서민들의 돈을 훔친 것도 아닌데, 하루하루 생존하기 위해 먹을 것을 걱정하는 고양이들에게 ‘도둑’이라는 억울한 이름을 붙였는지 인간들이 정말 째째하고 속이 좁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사슬을 끊고 뛰쳐나가 유목민처럼 집도 없이 사는 밖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우리는 ‘길고양이’라고 부른다. 좀 점잖게 부르는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양이들이 처한 실존의 모습을 말해주는 이름이다. 집없이 떠돌아 다니는 유랑민과 같은 처지를 함축한 호칭이니 생각해보면 ‘길고양이’라는 이름 속에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녹아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선 속에는 연민이나 사랑보다는 고양이를 부랑아쯤으로 바라보는 곱지 않는 눈길이 녹아나 있다하겠다.
공권력이 집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리도 이쯤이 아닐까? 재개발지에서구 생존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가난한 서민들을 바라보는 시선 말이다.
나는 지난 봄부터 고양이를 위해 먹다 남은 음식을 그릇에 담아 정원 귀퉁이에 놓는다. 얼마 전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빈틈에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아 키웠다. 철딱서니 없는 고양이 새끼들이 마당에서 햇볕을 쬐며 뒹굴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면 멀뚱멀뚱 바라본다. 무척 귀엽다. 새끼들이 철이 안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끼고양이들과 나와의 거리가 무척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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