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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물 주고 거름 주어 키워내는 머슴이 부족하다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2년 05월 09일(월) 16:54 가+가-
금년 6월 1일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 민주주의의 기초라 해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컫는 기초의원 수는 3,495개 읍, 면, 동 총수의 83%로 2,922명이다.
인구가 많은 동 2~3명을 감안한다면 기초의원이 1명도 없는 읍, 면은 20%를 상회하며 가뜩이나 소멸 위기에 놓여 있어서 걱정이 태산 같은 읍, 면이 더욱 소외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935년 미국·공화당의 전당대회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는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를 말한다.
참여 민주주의라고도 하며, 민중의 저변에 파고들어 민중의 지지를 얻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로, 기존의 엘리트 위주의 정치행위 대신 지역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권력의 획득보다는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 참여 민주주의다. 요즘은 정치세력이 동원이나 S N S 조작 등 여론조작으로 마치 국민들의 여론인 양 풀뿌리 민주주의로 위장하는 대중적인 여론조작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에 공천에서 탈락된 후보자들의 일부가 이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S N S 공격으로 풀뿌리라 할 수 있는 지역의 공동체를 갈라치기 하거나 뒤엎어 버리려고 하는 행동으로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이런 가짜 풀뿌리 여론 조작을 서구에서는 astroturf(인조잔디)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라 하면 보통 지방자치제와 동의어로 쓰인다. 헌법재판소도 “지방자치는 국민자치를 지방적 범위 내에서 실현하는 것이므로 지방 시정(施政)에 직접적인 관심과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 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한다면 자연히 민주주의가 육성·발전될 수 있다는 소위 ‘풀 뿌리 민주주의’를 그 이념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라고 천명하였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시·군·구 단위에는 정당 활동이 가능해야 하고, 이 때문에 정당 부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주 운위된다. 그 기초는 지역별 하위 조직인 지구당이었으나, 이 지구당 제도(소위 법정 지구당)는 2004년 금권 선거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폐지되었다.
이후 느슨한 형태의 당원협의회 등으로 대체되었으나, 이 역시 사무실의 설치는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당원협의회는 별도의 사무실을 설치하지 않는 편법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헌재 결정 역시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를 통해 지역 조직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지구당 설치가 금지되면서 당원협의회의 운영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풀뿌리 민주주의는 축소되었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당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당법을 개정함과 동시에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여야에서도 대부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모양새이지만 지금까지도 정당법 개정안은 제대로 계류되지 않고 있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거로 막을 올린 민선 지방자치는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을 배출함으로써 올해로 31년을 맞이했다. ‘풀 뿌리 민주주의의 꽃’임에도 지방자치는 그간 지방 세력과의 유착 등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
6·1 지방선거가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언론 보도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지방의원과 단체장의 부패의 민낯이 드러나며 기초지방자치의 무용론이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지방권력 부패를 해소할 장치를 강화했지만 지방의회와 단체장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는 여전히 숙제로 꼽힌다.
그러나 기초지방자치제인 시· 군· 구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폐지하지 않겠다면 1,403개 읍면에 민의를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도록 인구의 많고 적음에 불구하고 1읍·면 당 1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학문적이고 정치적인 이념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현행 인구수 기준을 뛰어넘어 1읍·면당 1명을 선출할 경우 약 200명 정도를 더 뽑아야 하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렇게 할 때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지급되는 의정 활동 수당 등을 계산했을 때 1인당 약 3,000만 원으로 총 소요되는 예산은 60억 정도로 추산된다.
순천시 송광면의 경우는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기존의 선거구에서 지역정서가 다른 선거구에 편입되었다는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20여 일 동안 현수막을 걸고 시위 중에 있다. 이런 현상은 획일적인 인구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많지 않은 예산 절약하려다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에서는 하루속히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행 선거구 관련 법을 개정하여 모든 읍, 면에 대표성을 부여하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로만 주장하지 말고 실제적으로 보장해 주기 바란다.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기초의원이 1명도 없는 읍·면에도 물 주고 거름 주어 키워내는 대표성 있는 일군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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