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04월 27일(수) 16:52 가+가-

몇 년 전 막내딸이 수술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마취 후 절개해야 하는 수술이라서 가족 모두가 긴장된 마음을 가졌다. 특히 처음 수술을 받아보는 딸은 누구보다 겁을 먹었다.
수술 전에 딸 본인과 보호자인 나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으러 온 간호사는 무통주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그 투여 여부를 선택해달라고 했다. 그것이 마약성 진통제라는 사실을 안 딸은 맞고 싶지 않다고 했다. 술, 담배도 접해본 적 없는 딸은 마약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하지만 그 주사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어보니 오히려 수술 후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돕는 아주 좋은 도구라는 판단이 들어서 딸과 의논 후 투여을 결정했다. 수술 후 병실로 돌아와 회복을 하던 딸은 무통 주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마취 후 통증과 수술 후유증을 겪으면서 그나마 고통을 줄여준 그 주사 맞기를 결정한 것이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약의 용도는 치료이다. 마약의 기원은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으로는 진통제와 같은 의약품의 역할이었다. 환각 버섯이나 마약 성분이 첨가된 식물들을 섭취함으로써 고통을 잊거나 마비 상태로 만들어 상처를 치료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그런 마약성 식물들의 연구와 개발이 이어진 것도 치료용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각성 효과를 위하여 오용, 남용되는 마약이 치료에 쓰이는 마약보다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마약의 가장 큰 목적은 높은 쾌락이다. 중증 환자의 경우 극한의 통증으로 인해 마약을 투여받고 통증이 완화되지만, 통증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마약에 대한 의존성이 이 강해진다. 일반인의 경우 마약을 통해 환각이나 들뜨는 기분과 행복감, 신체적인 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강렬함에 이끌려 중독되곤 한다. 하지만 이 마약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며 차츰 내성이 생겨 극도의 우울감과 금단현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기에 이르게 된다.
1995년에 개봉한 바스켓볼 다이어리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유명한 작가 ‘짐 캐럴’은 17세 때 자전적 에세이의 내용을 영화한 것으로 즉, 실존 인물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짐은 뉴욕의 빈민가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다.
그는 뉴욕 최고의 농구팀이 있는 학교에서 각광받는 농구 선수였으며, 글쓰기를 좋아하는 감성적인 소년이다. 하지만 가난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친구들과 도둑질을 하기 일쑤고, 본드 흡입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약을 접하게 되고, 그는 세상의 온갖 걱정이 사라지고 기분 좋은 환각만 남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다시금 마약을 찾기 시작했고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 결과는 중요한 농구 경기 직전에도 마약을 하기까지 하면서 농구팀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쫓겨나기에 이른다.
그 나름대로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마약에 다시 손을 뻗기 일쑤였다.
그의 엄마는 그를 버렸고, 그의 아빠는 여러 번 그를 돕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결국 아빠마저 그를 포기한다.
마약이 인생에 들어오는 것은 매우 쉬웠지만, 인생에서 마약을 몰아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그는 정상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잃게 되고 마약을 사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더러운 일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용납한다.
결국 감옥에 간 그는 감옥 안에서 글을 쓰면 반성의 삶을 보내게 되고 그렇게 마약을 중단하게 된 그는 출소 후에는 이제 더 이상 마약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인생의 바닥까지 경험하고 나서야 큰 깨달음을 얻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게 된다.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이 ‘나는 안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그 자만과 착각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과연 짐은 처음부터 마약 중독되길 바랐을까? 나에 대한 교만한 생각이 잘못된 것에 한번 나를 용인해 주게 되고, 결국 나락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절대 나는 다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를 정확하게 알고, 쉽게 허용하지 말고, 자신을 제어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