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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과 인간성
강나루 시인·시와사람 편집장
작성 : 2022년 04월 17일(일) 16:26 가+가-
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7차 교육과정으로 이행하면서 ‘창의적 인간’을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제시할 정도로 어느 때보다도 창의성과 논리력 성장을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도 방과 후 수업, 계발활동 등의 선택 수업을 도입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세대가 30대가 된 근래에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래도 창의성과 논리력의 성장이라는 목표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논리적 사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설득의 과정은 대단히 이성적이면서 또한 감성적이다.
상대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공감해야만 공감의 방향을 만곡할 논리를 도출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성과 감성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인간성의 양면이다. 감성이 메마르면 로봇에 다를 바 없고, 이성이 없다면 짐승에 다를 바 없으니 인간에게는 이성과 감성이 서로의 쓰임새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이다.
알다시피 21세기는 ‘다극화’를 배경으로 시작했다. 즉, 다양한 성향과 사상의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시작한 세기라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여러 극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는지를 지켜보니 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논리를 갖춘 대화와 설득이 아니라 비이성적인 경멸과 혐오, 배척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켜켜이 쌓이고 증폭되어갈 뿐이었다.
잠자리를 잡고 개미가 매미를 해체하는 것을 관찰하고 마을 친구의 집 앞에서 “친구야 노올자~”를 외치고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시기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버스의 1분 지연도 못마땅하고, 내 앞에 끼어드는 차에 불만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관용이 없는 사람뿐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에 나와 다른 의견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척결의 대상이다. 우리와 다른 너의 상상력은 틀린 것이다. 전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려주려는 너는 나쁜 놈이다……. 일상에 배어있는 비관용의 습관들이 수많은 분노와 증오의 대상을 생산해내고 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사실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어른의 시선에서는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아이들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싸우지 않는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지 않는다. 또, 아이들의 말은 독창적이면서도 난해하지 않게 생각을 풀어낸다. 어린 시절 본 영화 『미지와의 조우』에서 UFO를 보고서 아이스크림이라 생각하던 아이가 기억난다. UFO는 아이스크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지만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는 아이의 상상력은 우리가 잃어버린 창의성의 발현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오늘날 창의성과 논리라는 목표는 결국 관용의 상실을 통해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과학의 외피로 두를 스토리, 인문학 또한 중요성이 함께 오르고 있다. 같은 유물이라 하더라도 사연이 있으면 더욱 가치 있게 여기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현상이다. 잡스가 죽은 지 오래되었지만, 그가 디자인에 집착하다 한 번 애플에서 쫓겨났다는 스토리가 애플의 상품에 여전히 디자인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듯이 말이다.
앞서 밝혔듯이 감성과 이성은 인간성의 양면이다. 짐승과 로봇의 사이에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균형 있게 이성과 감성을 겸비해야 하는데, ‘점수’를 내기 위해서 시를 기계적으로 분석하고 해체하면 시를 읽고 감성이 성장할 수 있을까? 그보다도 시를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시를 읽고 ‘정답’을 도출해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런 교육을 받은 세대가 지금도 시를 읽고 있을까? 감성의 성장 없이 이성만이 홀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관용이 여유로운 인간성의 텃밭에서 돋아난다고 생각한다.
짐승과 로봇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데 실패한, 결손당한 인간성은 결손을 만회하기에 급급하여 도저히 여유로울 수가 없다.
상처를 숨기기 위해 가시를 돋칠 뿐이다. 2인3각 경기인 줄도 모르고 어깨 건 누군가를 때려눕히려 계획한다. 골을 넘어도 실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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