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하라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03월 16일(수) 16:52 가+가-

세계 3대 테너라 불리는 성악가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있다. 파바로티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도밍고와 카레라스는 스페인 출신이다. 같은 출신인 그들은 더욱 끈끈한 관계일 것 같지만 오히려 라이벌 관계로 유명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도밍고는 스페인의 중심지 마드리드 출신이고, 카레라스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카탈루냐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쓰리 테너라는 영광스러운 이름 아래서 함께 많은 공연을 했지만 카레라스는 유난히 도밍고를 싫어했다. 위태로웠던 그들의 관계는 사소한 일로 다툰 후 카레라스가 도밍고에게 결별을 선언하며 끝이 났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카레라스는 완치율이 10% 정도인 백혈병에 걸렸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치료비로 다 쓰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에르모사(Hermosa)’라는 재단의 후원으로 완치될 수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재단이 도밍고가 설립한 재단이었던 것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카레라스는 마드리드에서 열린 도밍고 공연 무대에 올라 무릎을 꿇고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의 뜨거운 우정은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카레라스 국제 백혈병재단’ 설립으로 많은 백혈병 환자들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다.
미국 역사상에서 가장 존경받으며,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다. 그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남북전쟁에서 노예 해방을 주창한 북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또한 그가 남긴 불멸의 명언이 있는데 ‘국민을 위한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의 정부’라는 짧은 말로 민주주의를 표현했던다. 그런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다.
링컨이 변호사 시절 두 사람은 법정에서 만났는데,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던 스탠턴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겁니까?”라며 법정을 나가 버렸다. 이렇게 그는 자주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하곤 했는데,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가장 중요한 국방부장관 자리에 바로 스탠턴을 발탁했다. 참모들은 이런 링컨의 결정에 놀라며 재고를 건의했다.
하지만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참모들이 그에게 “그래도 스탠턴은 원수가 아닙니까? 원수를 없애 버려야지요!”라고 말하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속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그러나 그것은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라’라는 말입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그는 스탠턴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했고 링컨의 마음을 흘러 받은 그는 그의 정부에서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훗날 링컨이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 때,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링컨은 자기를 미워했던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한 진정한 승리자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마음에 맞는 일만 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만 함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이나 누군가를 향한 미움으로 인해 고통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대방을 포용하거나 용서하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
과연 도밍고가 카레라스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은 쉬웠을까? 과연 링컨이 자신을 무시하고 대적한 스탠턴을 자신과 함께 일할 중요한 자리에 앉히는 것이 쉬웠을까?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생각하며 상대방을 향한 행동을 취했다. 결국 그것은 그들의 인생에 큰 보답으로 돌아왔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씀이 있다. 그것은 그저 상대방을 향하여 베푸는 일방적인 배려가 아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향하여 마음을 열고 용서할 때 그것은 반드시 내게 좋은 일로 돌아올 것이다. 그것이 지혜롭게 인생을 사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