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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에서 마주친 열아홉 브론테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학평론가
작성 : 2022년 01월 25일(화) 16:51 가+가-
폭풍이 몰아치는 날이면, 영국 작가 에밀 브론테<폭풍의 언덕>이 떠오른다. 폭풍의 언덕 소설 속 에밀리 제인 브론테(Emily Jane Bronte. 1818~1848)의 고장 호워스는 우리나라 읍내와 같은 작은 마을이다.
폭풍의 언덕은 리어왕,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 노벨연구소가 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기도 했다. 브론테가 거닐던 폭풍의 언덕은 오늘을 사는 작가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은 자신이 선정한 세계 10대 소설로 뽑기도 했다.
영국 여행 계획을 잡은 날은 폭풍이 부는 날이었다. 무지개의 시인 워즈워스, 셰익스피어, 브론테의 마을을 차례로 들려보기로 했다. 브론테의 가족사는 궁금을 넘어서 안타까웠다. 작가였던 3명의 자매 모두가 30대에 결핵으로 세상을 떴다. 아버지는 목사다. 자식과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떴지만, 아버지 패트릭은 84세까지 장수했다.
한국의 문단에서도 윤동주, 김소월 시인들이 좀 더 오래 시를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같은 것이다. 브론테가 살았던 호워스 마을은 양모 공장이 있었다. 양모로 만든 카디건, 장갑, 방석과 같은 제품이 비교적 저렴했다. 기념으로 장갑, 카디건, 방석을 샀다. 시간이 지났지만, 카디건은 지금도 즐겨 입는다. 호워스는 햇볕이 적고 습기가 많았다. 이탄질(泥炭質)의 땅으로 패병이 많은 마을이라 전해진다.
1850년의 조사의 자료는 이 마을 사람들의 평균 사망 나이가 25~28세 잡혀 있다. 42%는 6세 전에 죽었다. 브론테 세 자매 말고도 아래로 두 명의 동생이 어렸을 적, 세상을 떴다. 그렇게 보아서일까. 마을의 풍수지리가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기념관이 된 브론테 자매의 집 맞은편 묘지 앞은 교회였다. 브론테의 아버지가 41년간 목회를 한 교회다. 건물은 1881년 재건을 했다. 교회 안에는 브론테 자매의 무덤이 있다. 기념관에는 브론테의 아버지 침대가 보존되어 있다.
키가 작았던 모양이다. 눈짐작으로 침대의 크기가 1m 60cm 정도로 보인다. 영국인들은 그다지 키가 크지 않다. 영국은 건물 안에는 무덤들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영국의 대성당 안에는 여왕이나 사제들의 묘들이 평 묘(평지와 같은 느낌)로 되어 있다. 브론테의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저녁 9시쯤 교회당을 들렸다. 가로등이나 불빛이 전혀 없었다. 울창한 나무 사이에 잠을 이루지 못한 까마귀들의 움직임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날이 밝자 폭풍의 언덕으로 출발을 했다. 영국은 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 시민들 일상 옷차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옷을 모두 입고 다닌다. 더우면 벗어들거나 허리에 묶으면 그만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듯 폭풍의 언덕을 가는 길, 비바람이 몰아쳤다. 네 시간을 가는 길에 한시도 쉬지 않고 비바람은 계속이었다. 3시간이면 간다는데 비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4시간이 걸렸다. 속옷까지 모두 젖었다. 여름 날씨에도 한기가 들 정도였다. 가는 길은 잘 닦아진 도로도 아니다.
안내판도 없다. 들판의 풀밭을 걷는다. 험상한 날씨 관계로 관광객들도 없다. 그저 희미하게나마 나타나는 발길 뿐이다. 그 발길을 따라가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자연에 대한 그대로를 존중한다. 영화화되고 세계적 관광지로 알려졌다는 구실로 아스팔트 도로를 만들지 않는다. 브론테가 앉아 사색했다는 자그마한 바위가 보였다. 주변에는 양들이 서너 마리가 비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다. 평소 관광객이 주는 바나나를 기대하는지 가까이 다가왔다. 비에 젖은 가방에서 바나나 한 개를 선물했다. 양들에게는 흡족한 선물이 되지 못했다. 브론테가 산책을 하던 시절에도 양들은 더 많았을 것이다. 지금의 양들은 브론테 시절의 후손으로 보인다. 저들의 유전인자 속에는 브론테가 쓰다듬어 준 손길이 들어 있을 거라는 추측이 됐다.
3시간이 걸리는 산책 거리를 브론테가 날마다 다녔다는 것이 다소 의외다.
폭풍의 언덕 원제인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에서 ‘워더링’은 폭풍이 불어올 때 들려오는 바람의 웅얼거림을 나타내는 요크셔지방의 사투리다. 요크셔의 황량한 환경에서 브론테의 작품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상상도 된다. 무서운 인간의 비극적인 격정을 시적으로 그린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은 가장 영국적인 걸작으로 평가를 받는다. 브론테의 산책코스인 폭풍의 언덕은 소설의 형체와 사뭇 다르게 평범한 풍경이다.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비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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