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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그리워하는 고향
강나루 시인·시와사람 편집장
작성 : 2022년 01월 02일(일) 16:53 가+가-
귀소본능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떠올리는 산란을 위해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처럼 우리들 또한 언제나 마음 한켠에는 어린 시절의 풍경을 품고 있으니 인간 또한 귀소본능을 가진 동물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귀소본능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년 한 해 서울에 가서 살았다. 주민등록상, 그리고 실제로도 태어난 곳은 서울임이 틀림없는데 서울로 가기 전까지 30여년을 단 한 번도 그리워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서울에 있으면서 광주의 풍경이 자주 떠올랐다. 간혹 친구들과 문자나 통화를 할 때면 그들과 함께 누비고 다니던 서석동, 금남로, 금동, 학동, 화순읍내의 풍경이 떠오르고, 만연사 오르는 길목에 있는 계곡의 맑은 물, 돌 밑의 가재가 발버둥치던 모습이 기억난다.
광주천 청소봉사를 나섰을 때 종아리에 거머리가 붙어 상처가 났던 일조차도 그 때가 재미있었다며 그리워진다.
뉴스에서 5·18단체나 전씨 소식이 들릴 때면 ‘무등극장’에서 ‘화려한휴가’를 가족 단체로 관람하다가 계엄군이 무등극장에 진입하는 장면에서 관객 모두가 뒤를 돌아보곤 잠깐 수군댔던 기억도 떠오른다.
사전에서는 고향을 세 가지 의미로 정의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며 세 번째가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다. 옛 농경시대에는 조상이 태어난 곳이 곧 내가 태어난 곳이며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소중한 땅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교통이 발달하고 삶의 형태가 완전히 바뀐 탓에 조상이 태어난 땅이 내가 태어난 땅이 아닐 수 있고, 내가 태어난 땅과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소중한 땅이 또한 다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고향은 어떤 것일까? 내가 겪고 있는 귀소본능은 몸이 아니라 정신의 것이다. 내가 태어난 대지에서 내가 성장하고 배우고 뛰놀았던 대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의 모든 경험과 추억이 깃든 장소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산가족의 그리움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명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그리움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대상이 손닿지 않는 곳에 있으니 애달픔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그리움은 당연한 것이다.
귀소본능이라는 ‘본능’의 발로이기 때문이니 이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해서도 안 된다. 그저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 번 이해해주면 된다. 경험의 형태와 상처의 크기가 다를 뿐, 같은 종류의 그리움을 겪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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