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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文解)의 날(달)… 17년 전 우리는 희망의 꽃을 심었다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1년 09월 13일(월) 16:34 가+가-
9월 8일은 UN이 정한 문해(文解)의 날이다. 우리나라 성인 200만 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한국 성인의 기초 문해(文解) 능력 수준을 조사한 제3차 성인 문해 능력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비문해(非文解) 성인(문해 능력 수준 1)은 성인 전체 인구의 4.5%인 약 200만 1천여 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직전 2017년 조사 결과(7.2%)보다 2.7% 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 능력은 연령이 높을수록, 월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농산어촌에 거주할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요인 가운데 학력별, 월 가구소득별 문해 능력 격차가 가장 컸다.
한편 문해의 달을 맞아 열린 전국 성인 문해 교육 시화전에서 지역 대표로 출전한 정옥순 씨(80·여)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고 17일 밝혔다. 평소 문학적 감성이 풍부했던 정옥순 씨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구부러진 손가락 마디를 보고 힘들게 살아온 지난날을 회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내 손’이라는 작품을 출품해 수상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고 한다.
교육부와 국평원은 문해 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 확산을 위해 8일 ‘글자에 담은 희망의 여정’을 주제로 ‘2021년 대한민국 문해의 달 선포식’을 온라인으로 개최하였다.
이밖에 국가 문해 교육센터 누리집(www.le.or.kr) 온라인 전시관에 시화와 짧은 글쓰기 수상작 148편을 전시하고 문해 교육을 통해 비문해자를 지원하겠다는 응원 문구를 담은 ‘세종대왕의 꿈 캠페인’도 실시하였다.
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높은 문맹률은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다. 오랜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원시 농경사회, 그것도 대부분이 소작농으로, 일부 지주들을 빼놓고는 초등교육 혜택을 받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시설도 많지 않았기에 문맹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계몽기를 거치면서 야학을 비롯한 많은 계몽 단체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 활동, 지속적인 정부의 노력으로 문맹률을 많이 낮추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순천시 평생학습문화지원센터 소장(자치단체 최초 국 단위 기구)으로 발령받은 해가 17년 전인 2004년 2월이다. 기존 업무의 틀을 벗어난 전혀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고 개척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새로운 정책을 많이 개발했지만 그중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정책은 성인 문해 교육이다. 17년 전이니까 문맹률이 꽤 높은 시기였다.
집단토론을 몇 차례 거치면서 여러 정책들을 개발하였고 평생학습으로 문해 교육을 실시하여 문맹률 제로 도시를 만들자는 제안을 채택하여 정책결정을 하였다.
우선 처음 해인 2004년에 시범적으로 10개 마을을 선정하여 프로그램명을 “한글 작문교실”로 하여 6개월 과정 한글교실을 운영하기로 논의하고, 강사는 전직 교사들과, 마을 목회를 하는 목사로 10명을 위촉하여, 매주 2회 교육을 하였는데,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이 참여하였다는 것이고, 당시에 글을 배울 수 있다는데 호기심과 흥미가 있었으며, 교재로 배부한 책과 노트를 겨드랑이 밑에 끼고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것처럼 빠지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출석하는 열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당시에 70이 넘고 80이 훨씬 넘은 노인들이 날이 거듭할 수 록 걸음마 단계를 넘어 시루에 물만 주어도 콩나물이 자라듯이, 한글을 읽고 쓰기를 하고, 시내에 걸린 간판을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고, 시내버스 행선지와 번호를 읽으면서 삶에 자신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작은 몸짓들이 순천시가 활력을 찾은 희망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교육과정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한글 작문교실에 참여한 100여 명을 도서관 강당에 모셔서 글짓기 경연대회를 열었다. 비교적 감정표현을 잘 한 작품들을 골라서 내레이터(현 도서관 운영과장)의 낭독으로 작품 발표를 할 때는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감동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순천시에서 최초로 시행한 1차 문맹 퇴치사업의 성공에 대한 자축연이 되기도 하였으며, 점차 전 마을로 확산시켜 문맹률 제로에 가까운 도시를 만들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도약하여 내 인생 그림일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운영 성과물인 그림책을 제작하여, 국내 유명 도시는 물론,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도서전, 미국의 3개 도시 원화 순회 전시 등으로,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들을 책으로 제작하여 시중에 내놓았더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가장 짧은 기간에 고령사회를 거쳐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성인 200만 명이 읽고, 쓰고, 간단한 셈을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17년 전에 순천시에서 희망의 꽃을 심고 성공을 거두었던 한글 작문교실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문맹률 제로 국가를 선포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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