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화·선거 패배…스가 퇴임 불렀다
작성 : 2021년 09월 05일(일) 17:31 가+가-

지난해 9월 일본 총리로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지난 3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보류해 퇴임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1년 재임 기간 중 그의 연임 실패를 부른 결정적인 3가지 순간을 살펴봤다.
중의원 해산 판단의 '오산'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은 지난해 출범 당시 지지율이 74%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다른 주요 언론의 조사에서도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초기 고공행진했다.
작년 11월까지 6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만일 이 때 중의원 의원 선거를 단행했다면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는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집권당의 주도로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 시기를 결정하는 권리를 가진다. 중의원 선거는 집권당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지난 2008년 당시 총리였던 아소 다로(麻生太郞)는 취임 직후 중의원 선거 해산을 주저했다. 2009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아소의 중의원 해산을 주저한 점이 큰 실책이 됐다.
닛케이는 당시 자민당 선거대책부위원장이었던 스가 총리가 이런 과정을 자세히 보고 있었으나,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가 당초 계획했던 올해 9월 중의원 선거는 당내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낮은 내각 지지율로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와 비교하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적었던 지난해 가을께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더라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 악화, 백신 접종 지연의 '악재'
스가 총리를 퇴임의 궁지로 몰아넣은 핵심은 코로나19 감염 상황 악화다.
우선 스가 총리가 히든카드로 내세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늦어졌다. 자위대의 대규모 접종 회장 설치, 직장에서의 접종 등으로 속도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공급 등 문제로 직장 접종이 일시 중단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접종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론의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불안은 높아졌으며 신규 감염자 수도 증가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은 지난 7월 12일 도쿄(東京)도에만 4번째로 발령됐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취소 요구 여론이 높았던 점도 오산이었다.
스가 총리는 일단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성공으로 이끌어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시킬 생각이었다. 이후 높은 지지율로 9월 중의원 선거,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 중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폭증했다. 올림픽 후 내각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바닥을 쳤다.
8월에 감염력이 강한 델타 감염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다시 폭증했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8월 하순 주변에 "정말 8월에는 (감염 상황이) 수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당내 '스가'에 대한 반발을 부른 지방 선거 '패배'
스가 총리는 니카이파(47명) 수장인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96명)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제2 파벌인 아소(麻生)파(53명)의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표와 당원표로 총재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스가 총리는 사실상 선거 우위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주요 파벌들의 스가 총리 지지 표명은 잇따르지 않았다.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당내에서는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지지 기반이 약해 자민당 자체 지지율에 의존하는 젊은 의원들의 반발이 컸다. 지지율이 낮은 스가 총리를 앞세워서는 당선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었기 떄문이다.
이런 당내 ‘반발’이 커진 결정적인 원인은 지난달 22일 요코하마(横浜) 시장 선거 결과에 있다.
당시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는 스가 총리의 측근이자 맹우인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郎) 전 국가공안위원장이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야당 후보에 압도적으로 큰 표 차이로 패배했다.
낙선한 오코노기는 스가 내각에서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냈다. 스가 총리가 비서를 지낸 오코노기 히코사부로(小此木彦三郞·1928∼1991) 전 통상상의 셋째 아들이다.
스가 총리는 이례적으로 당의 입장을 떠나 오코노기를 공개 지지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가 큰 타격을 입었다.
스가 총리의 당내 구심력은 단번에 떨어졌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선거의 얼굴’로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당내 지배적으로 변했다. 지역 선거에 관여했다가 패배한 점이 큰 악재가 됐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7일 고시, 29일 투·개표한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1명당 1표씩 주어지는 383표와 전국 당원·당우 투표로 배분이 결정되는 '당원표' 383표 등 총 766표로 치러진다.
스가 총리가 퇴임하면서 중의원 선거는 11월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의원 의원의 임기는 10월 21일 만료된다. 중의원 해산 없이 임기 만료로 인한 선거 일정은 늦어도 '10월 5일 고시, 10월 17일 투·개표'였다.
새로운 총리는 내각을 구성한 후 중의원을 해산해 11월 선거를 단행할 공산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