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를 바꾼 전염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지구촌 곳곳을 덮친 한 해로 기록됐다. 코로나19는 지난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보고됐다. 중국에서 첫 발병을 보고한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한 것은 이로부터 석달 여가 지난 3월11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WHO는 코로나19에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팬데믹 선언 이후 코로나19는 지금까지도 그 확산세가 꺾어지 않고 있으며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국제통계웹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13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212만6460명으로 7000만명 선을 넘어섰다. 총 사망자는 161만1948명을 기록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약사들이 속속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각국의 백신 확보에도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이 지난 8일 세계에서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미국도 14일부터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 트럼프 가고 바이든 시대… ‘고립주의’ → ‘다자주의’로
올해 11·3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가고 바이든 시대가 개막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4년 전 백악관의 주인이 됐던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여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반(反) 인종차별 시위의 직격탄을 맞았고 유례 없는 대선 불복 행보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트럼프 지우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천명한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과 국제 연대를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고립주의’에서 ‘다자주의’로의 회귀다.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등 직면한 도전 과제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공언했다. 경제적으론 재정 투자 확대와 제조업 확대, 공공의료보험 강화,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중산층을 재건하는 ‘바이드노믹스’를 내세우고 있다.
■최장수 日총리 아베 퇴임…스가 내각 출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전 총리가 지난 9월16일 약 7년8개월만에 물러났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최장수 총리도 임기 말기 ‘벚꽃을 보는 모임’ 등 정치 스캔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했다. 최장수 정권이 막을 내리며 바톤은 아베 내각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이어받았다. 99대 총리 자리에 올랐다. ‘아베 정권 계승’으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직후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계승은 독으로 돌아왔다. 아베 전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은 점점 수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가 검찰 조사를 요청받으면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의혹을 거듭 부인해왔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면 “책임지겠다”고 표명했었다. 코로나19 감염 재확산 등 악재를 떠안은 스가 내각이 2021년 아베 전 총리 수사로 휘둘릴지 주목된다.
■미중 갈등 심화…화웨이·틱톡 제재·홍콩보안법 대립
미국이 화웨이, SMIC(중신궈지), 틱톡, 위챗 등 중국 IT 기업 때리기에 열중하면서 미중 갈등이 무역에서 IT업계로 확산됐다.
미국은 8월17일 세계 21개국에 있는 화웨이 계열사 38개를 거래금지 명단에 포함시켰고, 9월15일에는 미국산 장비,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사용한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6일 중국의 틱톡, 위챗, 이들의 모회사와 미국인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어 9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중 갈등은 7월1일 발효된 ‘국가 분리독립, 전복, 테러리즘, 외국 세력과의 공모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내용이 담김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도 고조됐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과 관련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했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 전원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美 뒤흔든 흑인의 죽음…조지 플로이드 시위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흑인 남성이 경찰에 제압되던 중 목이 눌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을 뒤흔든 ‘조지 플로이드 시위’의 시작이었다.
사건 이후 미국 경찰에 의한 흑인 상대 가혹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분노한 미국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내걸고 진행된 시위는 코로나19 국면에도 장기간 이어졌고, 시위가 격화되며 폭력 사태를 촉발하기도 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시위대에 반기를 들었다. 반면 민주당은 체계적 인종 차별에 초점을 맞춰 관련 법안을 공개하며 시위대 편에 섰다.
이 사건은 이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며, ‘내각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사상 첫 연기…내년도 불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20도쿄올림픽은 당초 올해 7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개최국인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코로나19 사태로 내년 7월로 올림픽 개최를 연기했다. 올림픽이 연기되는 것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4년간 이어져 온 근대 올림픽 역사상 최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재확산하고 있어 내년 개최 여부도 불안한 상황이다. 일본 국내에서도 취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인 아에라는 지난 11월 작가 혼마 류(本間龍) 등을 인용해 내년 1월께 도쿄올림픽 취소 방침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국민들도 내년도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교도통신이 12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2%가 내년 여름으로 연기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4년만에 ‘진짜’ 헤어진 英-EU…브렉시트 타결
보리스 존슨 총리의 지휘 아래 영국은 올해 1월31일 유럽연합(EU)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2016년 6월25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통해 EU와의 이별을 결정한 지 장장 3년7개월 만이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한 영국 입장에서는 47년 만에 유럽 공동체를 벗어나게 된 셈이다.
브렉시트가 이행된 후에도 영국과 EU 사이에서는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월31일까지 ‘브렉시트 전환기’를 설정한 덕분이다.
영국과 EU는 지난 1년 동안 무역협정을 포함한 안보, 외교, 국경 이동 등의 약속을 담은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초 10월로 잡았던 협상 최종시한은 수차례 연장돼 전환기 종료를 앞둔 지금까지도 협상은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핵과학자 파크리자데 암살
미국은 지난 1월3일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탄 차량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살해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등 중동에서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 육성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서 미국인 1명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그의 제거를 지시했다.
쿠드스군은 보복조로 같은달 8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2곳에 12발이 넘는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에서 외상성 뇌진탕(TB) 부상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
연말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이란 핵(核)프로그램을 총괄하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지난 11월28일 테헤란 인근에서 암살됐다. 이란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암살 배후로, 미국을 암살 기여자로 지목하면서 보복을 천명했다.
■코로나19 대확산…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침체
코로나19는 전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줬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봉쇄령(락다운)을 내렸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여행, 외식, 쇼핑을 포함한 경제 활동 대부분이 몇달째 제한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봤다. IMF는 각국이 앞다퉈 사상 최대의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올해 세계 경제가 -4.4%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 경제는 추가 경기부양책이 없으면 더블딥(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의회는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 달러(약 3050조원) 규모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추가 부양책에 합의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양당 초당파 의원들이 내놓은 9080억 달러 부양책을 먼저 통과시키고 추가 부양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로 자연재해 확대…인류에 최대 위협
올해 세계의 최대 고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가 일으키는 잦은 자연재해야말로 인류의 실존에 대한 최대 위협이다. 폭염과 가뭄, 홍수에, 빈발하는 태풍과 허리케인 등 극단적 기후는 농작물 수확에까지 영향을 미쳐 식량 위기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남·북극의 얼음이 급속히 줄고 고산지대의 빙하들이 녹아 없어지면서 높아진 해수면으로 일부 섬나라들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여름 중국과 인도, 일본 등 아시아는 폭우와 큰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유럽은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고 미 서부 지역과 호주는 최악의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태풍과 사이클론, 허리케인은 최다 발생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기후 위기는 자연재해 발생을 늘리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대처 능력이 있는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 국민들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