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김훈소설가의 감동 카톡을 함께 계속 나눕니다.
유언을 하기는 쑥스럽지만 꼭 해야 한다면 아주 쉽고 일상적인 걸로 하고 싶다.
-딸아, 잘 생긴 건달놈들 조심해라
-아들아, 혀를 너무 빨리 놀리지 마라. 이정도면 어떨가 싶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스스로 ‘광야를 달리는 말’을 자칭했다.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돌면서 평생을 사셨는데, 돌아 가실 때 유언으로 ‘미안하다’를 남겼다. 한 생애가 4음절로 선명히 요약되었다.
더 이상 짧을 수가 없었다. 후회와 반성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것은 좋은 유언이 아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늦었고, 대책없이 슬프고 외로워서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퇴계 선생님은 죽음이 임박하자 ‘조화를 따라서 사라짐이여 다시 무엇을 바라겠는가’ 라는 시문을 남겼고, 임종의 자리에서는 ‘매화에 물 줘라’라고 말씀하셨다고 제자들이 기록했다.
아름답고 격조 높은 유언이지만 생활이 구체성이 모자란다.
내 친구 김용택 시인의 아버지는 섬진강 상류 산골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사셨다.
김용택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김용택을 불러놓고 유언을 하셨는데 “네 어머니가 방마다 아궁이에 불때느라 고생 많이 했다. 부디 연탄보일러를 놓아드려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이야기를 김용택의 어머니 박성성 여사님한테서 직접 들었다. 몇 년 후에 김용택 시골집에 가봤더니 그때까지도 연탄 보일러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 퇴계선생님, 김용택의 아버지 이세분의 유언중에서는 나는 김용택 아버지의 유언이 최고라 생각한다.
이 유언은 건실하고 씩씩하고 속이 꽉 차 있다. 김용택 아버지는 참으로 죽음을 별것 아닌 것으로, 아침마다 소를 몰고 밭으로 나가듯이 가볍게, 그리고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인생의 당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정도 유언이 나오려면 깊은 내공과 오래고 성실한 노동의 세월이 필요하다.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죽음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의술의 목표라면 의술은 백전백패 한다.
의술의 목표는 생명이고 죽음이 아니다.
이국종처럼, 깨어진 육체를 맞추고 꿰메서 살려 내는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충분히 다 살고 죽으려는 사람들의 마지막 길을 품위 있게 인도해주는 의사도 있어야 한다.
죽음은 쓰다듬어서 맞아들여야지, 싸워서 이겨야할 대상이 아니다. 다 살았으므로 가야하는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파이프를 꽂아서 붙잡아 놓고서 못가게하는 의술은 무의미하다.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단순한 장례절차에서도 정중한 애도를 실현할 수 있다.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의술도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가자. 뼛가루를 들여다보면 다 알 수 있다. 이 가벼움으로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 낼 수 있다. 결국은 가볍다.
나는 행복한 사람 천하를 통일하고 불로장생 살고싶어 만리장성을 쌓았던 중국의 ‘진시황제나’ 로마의 휴일에 공주역으로 데뷔하여 오스카 상을 탄 아름답고 청순한 이미지의 ‘오드리 햅번’, 권투 역사상 가장 성공하고 가장 유명한 흑인 권투선수겸 인권운동가 ‘무하마드알리’ 연봉을 단 1불로 정하고 애플을 창시하여 억만장자가 된 ‘김일성’그들은 모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산이 13조로 가만 있어도 매달 무려 3천억원의 돈이 불어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병상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살다간 사람 중 누가 부럽습니까?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또 카톡도 즐기며 이렇게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이왕 사는거 즐겁게 삽시다.
매사에 감사하며 삽시다. 인생관이 차이는 있겠지만 후회없는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첫째 눈이 즐거워야 합니다.
눈이 즐거우려면 좋은 경치와 아름다운 꽃을 봐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을 자주해야 합니다.
둘째, 입이 즐거워야 합니다. 입이 즐거우려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귀가 즐거워야 합니다. 귀가 즐거우려면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계곡의 물소리도 좋고 이름 모를 새소리도 좋고 조용한 음악감상도 좋습니다.
넷째, 몸이 즐거워야 합니다. 몸이 즐거우려면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 마음이 즐거워야 합니다. 마음이 즐거우려면 사랑하며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을 칭찬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도 베푸는 삶입니다.
이렇게 사는 삶이 건강하고 진정 행복한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