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소경이 길 가다가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다.
소경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지만 나올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가도 진흙탕, 저쪽으로 가도 진흙탕이라서 발을 디딜 때마다 자꾸만 미끄러졌다. 진흙탕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도 없었고 몇 시간을 진흙탕 속에서 헤매고 한탄스러워했다.
‘눈을 볼 수 없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서럽구나!’
그런데 저쪽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소경은 너무 반가워서 소리쳤다.
‘거기 누구십니까? 나는 앞을 못 보는 사람입니다. 몇 시간째 이렇게 진흙탕에서 헤매고 있으니 나 좀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실망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을 도와줄 수가 없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발 부탁드리오니 앞 못 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겨 진흙탕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나도 당신을 도와주고 싶지만 나는 앉은뱅이라서 걷지를 못하오. 그래서 나도 여기에 앉아서 나를 도와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도.’
소경은 짧은 순간이지만 진흙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소망에 기뻐했다가 이내 실망에 빠졌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 언제까지 이 진흙탕에서 고생하며 있어야 한단 말인가? 소경은 실망감과 서러움에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어찌해야 이 진흙탕에서 나갈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앉은뱅이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앉은뱅이이지만 눈은 밝아서 볼 수 있지 않소? 예, 볼 수는 있지만 걸을 수가 없으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려.’
그러면서 앉은뱅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요, 나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다리가 튼튼하니까 당신이 내 등에 업히시오. 나는 당신의 다리가 되어주고 당신은 내 눈이 되어서 진흙탕을 빠져나가면 되지 않겠소?
그거야 좋은 생각이지만 나를 어찌 업고 갈 수 있는단 말이요?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다리가 튼튼해서 당신을 업고 얼마든지 갈 수 있소. 자 빨리 내 등에 업히시오.”
그렇게 소경은 앉은뱅이를 등에 업고 소경이 방향을 말해주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우측으로, 좌측으로, 앞으로 반듯하게 가라고 길을 가르쳐 주는 앉은뱅이가 고마워서 힘든 줄도 모르고 진흙탕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앉은뱅이도 걷지 못하는 자기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진흙탕을 걸어서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소경이 고마워 눈물이 났다.
앉은뱅이는 걷지 못하고 소경은 보지 못해서 혼자서는 진흙탕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둘이서 지혜를 모으니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이 있다. 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마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몸은 소경처럼 걸을 힘은 있지만, 눈이 없어서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한다. 마음은 앉은뱅이처럼 볼 수는 있지만, 다리가 없어서 걸을 수가 없다.
이렇게 몸이 할 수 없는 것을 마음은 할 수 있고 반대로 마음이 할 수 없는 것을 몸은 할 수 있다. 몸은 움직일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앞을 내다보는 기능은 없다. 그럴 때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마음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 일이든지 잘할 수 있다. 소경과 앉은뱅이가 서로 마음을 합해서 진흙탕에서 벗어난 것처럼 우리가 몸과 마음의 기능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어려운 문제들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몸을 활용하는 데는 발달 되어 있지만, 마음의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어느 마을에 욕심쟁이 군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어떠한 위험 가운데서도 주인을 잘 지켜주는 명마가 있었다. 주인은 이 명마를 잘 보살피고 맛있는 먹이도 구해다 주었다. 명마는 전쟁 때 빛을 발하여 수많은 위험에서 주인을 구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 주인은 이 명마가 귀찮아졌다. 말이 먹는 먹이도 아까워 말을 혹사하고 먹이도 잘 주지 않았다. 그러자 말은 병들었고 쇠약해져 갔다. 그런데 또다시 전쟁이 났다. 그래서 그 군인도 병들고 쇠약한 명마를 타고 전쟁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병들고 쇠약해진 명마는 예전과 달리 힘차게 달리지 못했고 결국 군인은 적군이 쏜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다.
군인은 충분히 살 수 있었는데 마음을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해서 위험에서 자기를 잘 지켜주던 명마를 잃었다. 군인에게 명마를 잃은 것이 자기 생명을 잃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오늘날 마음을 사용하기보다는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주는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쾌락은 게임이나 도박을 한 뒤에, 그리고 값비싼 물건을 소유했을 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쾌감은 단순 자극으로 말초적 본능을 만족하게 할 뿐 곧 사라져 버리고 오히려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진리를 깨달을 때 가장 큰 희락과 평안을 누리고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기쁨의 근원을 오랫동안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섬길 때 누리는 행복감은 인간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신의 선물인 것이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마음의 기능을 잘 사용하는 데에 달려 있다.
오늘도 우주 만물 중에 인간만이 유일하게 선물 받아 누구든지 소유하고 있는 마음을 잘 활용하여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