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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 형께
최창일 시인·문화이미지심리학자
작성 : 2020년 04월 28일(화) 16:50 가+가-

현인 형, 지금 서울의 방송가에는 현 형이 환생 했다고 천지가 개벽한 듯 요란하답니다.
현형, 난 요즘 부처께서 주장한 환생이라는 것에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어진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의 가슴속에 또 다른 어진 사람이 태어난다고 하지요. 길을 걷다 보면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는데, 영락없이 빼다 박은 사람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어요.
난 요즘 신인 가수 조명섭이라는 스물한 살의 젊은이가 마치 현인 형의 환생을 보는 듯해요, ‘신라의 달밤’을 부르면 현형의 환생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만큼 빼닮듯이 들리거든요. 현형과 함께 지방공연을 하였던 주현미, 하춘화를 비롯한 여러분들이 너나없이 현형의 환생이라고 입을 모아요. 심지어 송해 형은 조명섭에게 전화를 걸어 현형의 환생인지를 확인했다고 하네요.
현인 형이 간지도 벌써 열여덟 해의 꽃이 피고 졌는데 어제만 같소. 요즘 나에게도 새벽잠이 예전 같지 않아요. 오늘은 새벽잠이 깨어 두 손을 모으고 창문 앞에 섭니다. 동쪽 소나무 숲에서 섬광처럼 날아드는 한줄기 빛살, 솔가지 사이로 날아들던 빛살이 아슴아슴하다가, 영롱한 눈부심으로 다가오군요.
현형, 현인(1919~2002) 형이 일본 도쿄음악 대학에서 바리톤 성학을 전공하고 귀국을 하였을 때는 정부가 수립되고 다소의 혼란기였지요.
현형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음반을 내고 대한민국 가수 1호라는 별칭도 얻었지요. 현형이 정통 성악 전공자로 대중가요를 부른다는 것은 당시에는 큰 결단이 아닐 수 없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어요. 현형이 1947년 첫 음반을 내고 7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의 음악사는 수많은 굴곡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젊은이들이 케이팝이라는 대한민국의 문화깃발을 만들고 세계의 음악사를 단단하게 쓰고 있습니다.
젊은 뮤지션을 보면 현형의 모습이 사뭇 그립습니다. 모두가 현형이 뿌린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현형이 부른 ‘신라의 달밤’은 참으로 민족의 한이 담긴 노래지요. 신라(기원전 57년 전 박혁거세가 세운 나라)의 수도, 경주에서는 ‘신라의 달밤’이 사람들의 입에서 부르게 된 이후, 경주의 달빛은 빛의 밝기가 달라졌다지요. 심지어 경주의 달빛은 소외된 사람의 지붕 위에서 복을 얹어주기 위해 새벽별과 같이 기도를 했다지요.
현형, 미디어의 발달로 현형이 남기고 간 현인의 히트곡, 동영상을 보면 1960년대인데도 세련된 무대임을 알 수 있어요. 작곡가 박시춘(1913~1996)이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이 실제처럼 느껴져요.
현형, 나는 현형의 딸기 꽃 같은 인품을 알기에 현형의 환생을 믿어요. 코로나19로 가슴이 무너진 사람들에 위로를 주기 위해, 조명섭이라는 대형 신인 트롯 가수를 보냈을 거예요.
앳된 얼굴, 풋풋한 신출내기이지만 노래 솜씨는 분명 현형을 빼다 닮았어요. 깨끗하고 약간의 저음으로 구성지고 애절하게 토해내는 목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울리고 경탄의 박수를 아끼지 않게 하지요. 정통 트로트를 살려내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어요. 벌써 팬클럽이 6천이 넘고, 한국의 가요사를 현인에 이어서 다시 쓸 대들보가 틀림없다고들 하지요.
가요무대에 출연하여 현형의 ‘신라의 달밤’, ‘베사메무쵸’ 남인수 형의 ‘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열창하는 조명섭의 모습을 보면서 현형, 남인수 형이 환생한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의상은 물론 나비넥타이까지 현형과 남인수 형이 생전 즐겨 입던 무대의상과 비슷한데다가 포마드에 올백 헤어스타일, 몸짓, 제스처 까지 판에 박았어요. 생김새 또한 말할 필요가 없어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조명섭이 인터넷에서 대중가요 60년사를 보다가 현형의 ‘신라의 달밤’을 듣고 전통가요를 공부했다고 해요. 현형이 평소 즐기던 쌍화차를 즐긴다니 얼마나 재미난 환생 스토리에요. 현형이 좋아한 흘러간 영화까지 즐겨본다니 참으로 현형의 환생이라고 말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아닌 것 같네요.
현형, 조명섭의 노래를 들으며 현형과 같이 웃고 이야기하며 딸기꽃처럼 싱싱한 활력, 그 자체를 만끽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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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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