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미만을 먹고 성장하는 말벌 유충은 알 낳을 때가 되면 먹이 사냥을 나간다. 그래서 말벌 암컷은 거미의 가슴에 매달린 채 아랫배 쪽으로 기어들어 가 신경 중추의 위치를 찾아내 정확하게 독침을 찔러 기절시키고 알을 낳는다.
의식을 잃고 전신이 마비된 독거미는 말벌의 알을 품는 순간부터 독거미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말벌로 산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있고 그것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듯 말벌에 의해 모든 것이 진행되고 결정된다.
의식을 잃은 거미에게서 물러 나온 말벌은 다리와 턱부위를 격렬하게 움직이며 거미의 몸집보다 큰 구덩이를 판다. 구덩이를 완성한 후 말벌은 한쪽 다리를 이용하여 구덩이 안으로 거미를 끌고 내려가 여덟 개의 다리 하나하나를 모두 흙으로 다져 눌러 꼼짝 못 하게 끼워 넣는다.
혹시 독 기운이 풀린 거미가 제정신으로 돌아올지라도 땅을 파고 탈출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렇게 작업을 마친 말벌은 일을 하나 낳아 거미의 아랫배에 끈적끈적한 분비물과 함께 둘러 붙이고 흙으로 구덩이를 덮고는 자리를 뜨는 것이다. 말벌이 왜 독거미를 의식만을 잃게 했을까? 죽은 독거미는 수일 내에 썩어버리지만, 의식을 잃고 전신이 마비된 독거미는 싱싱하게 살아 있기에 말벌의 알이 깨어나 성장에 이르기까지 다른 먹이는 거들떠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미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관만 남겨두고 최후까지 신선한 상태 그대로 거미의 육신을 보존하면서 조금씩 그 살아 있는 먹이를 소비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포식을 마친 어린 말벌이 구덩이 밖으로 나설 때는 단단한 키틴질의 거미 몸과 뼈만 을씨년스럽게 뒹굴게 되는 것이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동물이다. 그래서 별명이 ‘철사 벌레’다.
메뚜기나 사마귀 같은 곤충의 몸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시작되면 신경조절 물질을 분비해 곤충의 뇌를 조종해서 물속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든다.
연가시가 곤충을 자살시키고 곤충의 몸 안에서 빠져나올 때 사마귀나 메뚜기는 마치 자신이 의도해서 물가로 이동한다고 착각한다. 왜 자신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하는지조차 모르는 채 죽어가는 것이다.
이외에도 동물들을 조종하는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의 몸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으로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기 위해 일단 쥐의 몸에 숨어 들어간다. 특수물질을 분비해 쥐의 신경을 조절하고, 쥐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려서 고양이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약을 올리다가 고양이에게 잡아먹힌다. 이렇게 기생충들은 중간 숙주를 이용하여 생명을 연장하거나 종족을 번식한다.
이런 일들은 우리 인간 세계에서도 거침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부인이 젊어서 사업에 성공했는데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점쟁이가 말하기를 딸과 함께 살면 딸이 죽는다. 딸을 멀리 보내라고 해서 친척 집에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딸이 그리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너무 수고했어. 힘들었지? 이제 좀 쉬어야 해, 창문을 열고 의자를 가져와 올라서서 뛰어내려, 그러면 편안해질 거야. 사람은 한번은 죽는 거야” “딸은 어떡하고요? 딸은 어머니가 잘 키워 주실 거야, 걱정하지 마.” 부인은 다정한 그 소리에 이끌려 28층 아파트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뛰어내리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어났다.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올라갔다.
그런데 그때 며칠 전에 함께 등산가기로 했던 친구가 전날 밤 목을 매 자살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생각났다. 행복했던 친구가 자살해야 하는 이유가 없었는데 이제 알게 된 것이다. 편히 쉬게 해주겠다면서 부드럽게 다가온 이 소리에 이끌려 왜 삶을 마감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랑하는 친구가 죽어갔구나! 부인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창문을 닫았다. 다음날 부인은 친구와 어느 상담사와 상담을 통해 힘을 얻고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독거미가 왜 말벌로 살다가 형체만 남긴 채 죽어 가는지 독거미는 모른다. 사마귀나 메뚜기는 물을 싫어하는데 자신들이 왜 물로 뛰어들어 죽어가는지 모른다. 쥐가 왜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잡아먹히는지 모른 채 죽어간다.
이처럼 사람에게도 생각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악한 영이 힘들어, 못 살겠어, 나는 안될 거 같아, 이제 희망은 없어,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끊임없이 끌고 간다. 그래서 우울증에 빠지고 자살까지 한다. 어려운 형편 때문이 아니라 악한 영이 이끄는 생각에 이끌려 죽어간다.
그래서 우리가 왜 미움, 음란함이나 절망에 빠져 살아가는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져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 채 불행의 길을 가는 것이다. 사마귀가 연가시의 정체를 안다면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고 쥐가 톡소포자충의 실체를 안다면 고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
간음하고자 하는 사람 마음에 “저 여자 예쁘다. 같이 잠자고 싶다. 안돼, 나에게는 아내도 있고 자녀도 있어, 결국 부끄러움을 당하게 될 거야. 이렇게 두 마음이 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가지는 나를 멸망으로 끌고 가는 가짜라는 것이다. 우리 속에 일어나는 악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결코 내 생각이 아니다. 악한 영이 사람의 생각 속에 기생하여 우리를 멸망으로 끌고 가는 것인데 악한 영의 소리를 듣지 말고 정확한 빛의 소리를 듣는다면 우리 삶이 훨씬 행복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