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 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됐듯,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기고 우리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배화여자고등학교에서 거행된 제101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이할 때마다 '3·1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다”며 “단합된 힘으로 전쟁과 가난을 이겨냈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이다. 우리 모두 서로를 믿고 격려하며 오늘을 이겨내자”며 “새로운 100년의 여정을 힘차게 걸어가자”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금 3·1독립운동으로 되새긴다. 매년 3월1일 만세의 함성이 우리에게 용기를 줬다”며 “오늘의 위기도 온 국민이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는 특별경비와 예비검속으로 그날의 기억을 지우고 침묵시키고자 했지만 학생들은 동맹휴학으로, 상인들은 철시로,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3·1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려냈다”고 언급했다.
이어 “1951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쳐온 1998년에도, 지난 100년간 우리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3·1독립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겼다”고 덧붙였다.
단합된 3·1독립운동 정신이 6·25 한국전쟁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이 된 지난 100년의 시대정신이었다면 코로나19 극복을 통해 새 100년의 시작을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지난해 우리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의 독립'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는 3·1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난극복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폐허 속에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역량을 길렀다. 무상원조와 차관에 의존했던 경제에서 시작해 첨단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고 드디어 정보통신산업 강국으로 우뚝 섰다”며 “지금도 온 국민이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고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모두가 '방역의 주체'다.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하면 못해낼 것이 없다”며 “안으로는 당면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며 새로운 독립의 완성이다. 정부가 앞장서 전력을 다하겠다”며 “단합으로 위기에 강한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며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파견된 250여 명의 공중보건의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많은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뒤로한 채 대구·경북을 지키고 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경상북도와 함께 정부는 선별진료소와 진단검사 확대, 병상확보와 치료는 물론, 추가 확산의 차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더 많은 국민들께서 힘을 모아주실 것이라 믿으며, 반드시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전방위로 대응하고 있다”며 “아울러 '비상경제 시국'이라는 인식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데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 관광·외식업, 항공·해운업 등에 대한 업종별 맞춤형 지원을 시작했고 보다 강력한 피해극복 지원과 함께 민생경제 안정,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전례 없는 방안을 담은 '코로나19 극복 민생·경제 종합대책'도 신속하게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예비비를 적극 활용하고 추경 예산을 조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국회에서도 여야를 떠나 대승적으로 협조해주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재해와 재난, 기후변화와 감염병 확산, 국제테러와 사이버 범죄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막는 초국경 간 협력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통합의 정신을 담고 있는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코로나19의 국제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한 초국경 협력은 3·1운동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물론 인접한 중국과 일본,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며 남북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을 공개 제안했다.
이어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9·19 남북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초국경 협력이 불가피하며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의 협력부터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때 남북 공동방역 협력을 추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읽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협력 사업 본격 추진의사를 밝혔음에도 북한의 호응이 없자, 코로나19 차단을 계기로 접경지역 협력 확대를 풀어가자는 새로운 제안을 통해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서 과거사의 올바른 인식을 전제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일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직시해야만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존 인식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침략행위에 무력으로 맞섰지만 일본에 대한 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동양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본뜻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1 독립운동의 정신도 같았다. 과거를 직시할 수 있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과거를 잊지 않되,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 역사를 거울삼아 함께 손잡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며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했다.
정부는 이날 배화여고에서 열린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불안감 확대로 인해 일반인 참석을 최소화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지휘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국무위원 15명, 박삼득 보훈처장, 김원웅 광복회장, 배화여고 학생 등 총 50여 명만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 불안감 확대로 인해 일반인 참석을 최소화했고 감염전파가능성군이 높은 포상수여에 대해서는 만일 사태에 대비해 식순에서 제외했다”며 “안전을 위해 행사 전후 방역작업을 진행하고 소독 및 위생비품 준비, 안전 방역요원을 배치하고 별도의 격리공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 세계에 알리는 독립선언서'라는 주제로 1919년 당시의 원문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수어(手語) 및 지난해 정부가 펴낸 '쉽고 바르게 읽는 3·1독립선언서'가 차례로 낭독됐다.
낭독에는 김원웅 광복회장(원문), 영화 기생충 번역가인 달시 파켓(영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어), 중국 출신 귀화 경찰관인 조계화 경장(중국어),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후손인 최 일리야(러시아어), 수어통역사인 이현화 국립국어원 주무관(수어) 등이 참여했다.
3·1절 노래 등 기념식에 쓰인 모든 곡은 이승환밴드가 참여해 편곡·녹음했고 조정래 작가는 101주년을 맞이해 3·1절 의미를 담아 묵념사를 작성했다.
배화여고는 1920년 3월1일 배화학당 학생 40여명이 만세운동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한 장소이자, 독립운동가들이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라는 상징이 있다. 당시 다양한 역사적인 사료들이 배화여고 교내에 보존돼있고, 본관, 과학관, 생활관은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됐다.
청와대는 “3·1운동 1주년인 1920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벌어진 장소에서 100년이 지난 2020년에 기념식을 개최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첫해의 각오를 다지고 국난극복의 의지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