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독일을 주축으로 한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과의 직거래를 하기 위해 수백만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인 금액과 내용은 28일께 공개될 예정이다.
WSJ은 지난 20일 정찰용 무인기(드론) 격추 사건 이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U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서명 당사국으로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JCPOA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유럽 기업과 이란이 거래할 수 있도록 금융기능을 지원하는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INSTEX)를 설립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인스텍스는 미국의 달러화 결제 체계에서 벗어나 합법적으로 이란과의 거래를 가능토록한 ‘대이란 우회결제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설립된 인스텍스는 지금까지 약 6개월간 공전 상태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5일 “인스텍스를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밖에 EU 고위 관계자들 역시 “수일 내 공식 발표를 하겠다”고 발언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는 이어 영·프·독 정부는 인스텍스를 통한 첫 거래를 위해 최소 몇 백만 유로(수십억 원)의 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며 28일께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거래 품목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등 인도주의적 상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첫 번째는 미국의 제재다. 유럽 기업들은 인스텍스에 대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란과의 교역을 시작한다. 이란 중앙은행 역시 이에 상응해 특수무역재정회사(STFI)를 설립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걸프 지역을 순방 중이던 브라이언 훅 미국 국무부 이란 특별대표는 “STFI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유럽과 이란의 직거래를 막겠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는 유럽 기업들의 저조한 참여다. WSJ은 과연 유럽 기업들이 이란과의 교류를 통해 수입과 수출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가디언, BBC 등은 미국이 강한 대이란 제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란과 직접 거래에 나올 유럽 기업은 거의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27일 유럽과 북미지역의 안보를 담당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29개 회원국 국방장관은 브뤼셀에서 만나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문제를 논의한다.
이어 28일 EU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고위 외교관들은 이란 측 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JCPOA 이행 문제를 놓고 회담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