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170%를 돌파하며 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을 대상으로 국채를 사달라는 요청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ECG가 가동해온 대규모 국채 매입프로그램에 그리스를 포함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올여름 예정된 신규 국채 발행에도 성공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클리드 차카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아테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중앙은행(ECB)을 상대로 양적완화 대상에 자국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차카로토스 장관이 이날 ECB에 구조신호(SOS)를 보낸 것은 올여름 국채 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급 기반도 넓히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ECB가 유통시장에서 그리스 국채를 사들이면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고, 이는 다시 신규 물량 발행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셈법을 깔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스는 이르면 올 여름 국채 발행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차카로토스 장관의 제안은 그리스가 처한 녹록치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스 국채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신규 발행이 끊긴 가운데 기발행 물량도 유통시장에서 거래가 뜸하다. WSJ이 인용한 그리스은행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의 HDAT 전자거래 플랫폼에서 올 들어 국채 1억8000만 달러(약 2024억원)어치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인 2001~2007년이라면 불과 30분 만에 거래가 종료됐을 규모다.
그리스 국채 거래가 뜸한 데는 투자 위험이 큰 데다 애초에 유통 시장에 풀린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 대부분은 국제 공공기구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가 발행한 국채 3000억 유로(약 375조1020억원) 어치 가운데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은 불과 360억 유로에 불과하다고 WSJ은 전했다.
올해 국채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더 뒷걸음질쳤다. 손바뀜이 별로 없다보니 작은 충격에 가격이 출렁이는 것도 또 다른 한계다. 그리스 국채 2년물은 채권국들의 채무재조정 관련 회의가 열린 지난달 23일 전장 대비 25.4bp 오르며 연 5.4%로 상승했다. 15년 만기 국채 이자율도 같은날 6.302%로 상승했다. 유로존 채권국들이 이날 7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한 여파가 컸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투자부적격 등급도 또 다른 투자 걸림돌로 꼽힌다. JP모건의 글로벌 시장 스트래터지스트인 마이크 벨은 “현재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투자대상(universe)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