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내 두번째 잡월드(Job World) 유치를 놓고 호남권 거점도시 광주와 전남 동부권 교육도시 순천이 맞붙었다.
광주는 호남권 최대도시로 영남·충청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문화전당, 비엔날레와의 시너지 효과를, 순천은 ‘이정현 효과’와 순천에코에듀센터와의 연계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최종 입지가 어디로 정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잡월드는 대규모 진로직업 체험시설로, 국내에는 2012년 5월 경기도 성남 분당에 부지 8만㎡, 건축면적 3만8800㎡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처음 들어섰으며,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1일 광주·전남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호남권 잡월드 건립사업’을 올해 신규사업을 정하고, 5월 중 호남권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식 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주와 순천이 일찌감치 도전장을 낸 상태로, 광주는 2014년 10월부터, 순천은 2015년 4월부터 호남권 잡월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광주는 장휘국 교육감이 2014년 10월 이기권 고용부장관을 만나 설립 협조를 요청한 뒤 시청과 공동으로 테스크포스(TF)팀 구성, 연구 용역, 국비 지원 건의문 제출 등에 행정력을 모아왔다. 4·13총선 이후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과의 다각적인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북구 오치동 광주자연과학고 앞 3만3000㎡ 부지에 연간 24만명, 1일 1000여 명이 교육받을 수 있는 잡월드를 짓기로 하고,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주는 인구 150만 이상의 호남 정치·경제·행정·교육·문화의 중심지로 목포·순천·전주·군산 등 호남권 주요 도시와 100㎞안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과 연간 예상관람객이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세계 3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와의 연계성을 최대 장점으로 들고 있다.
향후 영남권, 충청권에 잡월드가 설립될 경우 관할범위가 중복되지 않고, 잡월드 예정 부지와 맞닿은 ‘빛고을 시민안전체험관’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순천은 잡월드가 전남 동부권 최대 교육도시인 순천에 유치되면 광주와 전남, 전북 학생들은 물론 부산과 경남, 울산 등 영남지역 학생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3D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창조형 잡월드로, 분당 잡월드보다 미래형으로 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559억원을 투입해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건립중인 에코에듀체험센터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생태공원, 송광사·선암사 등 천년고찰, 여기에 청소년스포츠센터까지 유치되면 순천이 수학여행 메카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와 마찬가지로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른 청소년들의 체험학습과 진로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고, 인재 유출 방지와 일자리 확대에도 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의 물밑 신경전도 만만찮다. 광주는 호남권 잡월드를 최초 제안한 사실을 강조하며 인구 27만의 중소도시에 유사한 형태의 대규모 체험관 2개가 운영될 경우 자칫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고, 특정 지역 예산 집중에 따른 거점 도시 역차별 논란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순천은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을 통한 국비 확보가 용이한 점을 최대 강점으로 들고 있다.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를 차례로 설득해 ‘마중물 국비’ 10억원(설계비)을 확보한 사실이 단적인 예다.
두 도시가 당위성과 전략적 국비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가운데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과 총선 과정에서 표심으로 드러난 호남 홀대론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아웅다웅하는 과열 경쟁보다는 객관적 타당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초당적 논의, 정부 차원의 호남 배려가 두루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