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심장부 광주의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복잡 다단한 선거판세 만큼이나 지역민들의 생각과 의견도 다양했다.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도 여전했지만 사실상 첫 다야 구도 속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통해 건실한 야당의 탄생과 이를 토대로 한 정권교체, 지역 발전에는 정치적 색깔과 관계없이 다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강한 야당에 대한 바람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광주 금남로 지하상가 상인 이모(52)씨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강한 야당이 필요한 것”이라며 “광주를 떠나 전국적으로 큰 그림을 봤을 때 결국은 더불어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 강모(40·여·서구 치평동)씨는 “최근에 관련 기사를 계속해 봐왔는데 국민의당은 신생 정당이라 공천 과정에 잡음이 많았다. 특별한 정체성도 없는 것 같다”면서 “더민주에 애착이 간다”고 의견을 전했다.
국민의당의 지지자들은 더이상 더민주에게 제1야당의 역할을 믿고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기기술사 장모(37·광산구 하남동)씨는 “패배에 익숙한 정당은 또 다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것”이라며 “당장이 아닌 더 앞을 내다본다면 국민의당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신모(53·북구 용봉동)씨는 “더민주가 호남에 해준 게 뭐가 있냐”며 “지역 민생은 챙기지도 않고 자기들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광주쪽 후보들을 보면 국민의당이 더 낫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변화 없는 야당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컸다.
학원 강사 김모(42·서구 치평동)씨는 “새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은 공천 갈등 과정에서 오히려 더 구태 정치를 보여줬다. 뉴DJ(김대중)라고 할 만한 젊고 새로운 인물도 없다. 더민주 역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야당이라는 확신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정당만 쪼개졌을 뿐 바뀐 게 없다”고 비판했다.
택배 기사 박모(34·서구 화정동)씨는 “임시공휴일인 총선날 쉬지를 못한다. 그날도 하루 30~50개 배달을 하는 상황에서 무슨 투표냐”며 “누구를 찍든 나 같은 노동자나 서민들의 삶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대리기사 황모(43·금호지구)씨는 “솔직히 답답하다. 옛정을 생각하면 더민주를 찍어주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구태를 생각하면 미운 감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을 생각하면 ‘신생정당이 정권교체까지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후보들도 보니까 그사람이 그사람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광주의 투표율은 낮을 것 같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젊은 세대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다.
취업준비생인 김모(32·용봉동)씨는 “야당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쪼개지면서 오히려 구태 정치인들의 설 자리가 늘어난 것 같다”며 “나 같은 청년 실업자를 만든 그들이 이제 와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취업준비생 한모(29·남구 진월동)씨는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뿐 아니라 패권 정치로 신뢰를 잃었고 국민의당도 하는 행태가 더민주와 다를 게 없다”면서 “양당은 후보 면면이나 공약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참신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기간 공약과 인물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 투표를 하겠다는 부동층도 많았다.
대학 강사 김모(38·북구 중흥동)씨는 “이전까지 정치에 관심 없었기 때문에 현재 후보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공약 등을 보고 투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박모(41·북구 일곡동)씨는 “공약이 없다. 누구의 비서관, 경제전문가라는 명함만 요란하다. 가령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우리 서민들에게 뭐가 좋은지 전혀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야권을 재편하고 정권교체를 한다고 하는데 그걸 못해 (더민주를)탈당한 사람들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민중연합당은 서민 중심의 공약이 아주 구체적”이라며 “적어도 국회의원이 됐다며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쪽을 선택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이모(41·여·남구 봉선동)씨는 “손님들하고 가끔 대화를 나누면 젊은층은 국민의당을 기성세대는 더민주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누굴 뽑을지는 아직 결정 못 했다. 광주와 지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병원 홍보팀에서 일하는 박모(39·서구 염주동)씨는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공약이나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언론에서도 주요 공약만 간단하게 다루는 데 그치고 있다”며 정보 부족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영업자 김모(48·남구 월산동)씨도 “최소한 선거 한 달 전부터 공천 받은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공약을 설명해야 된다”며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명함 몇 장 돌리고 악수하고 춤 추면서 뽑아달라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광고회사 직원 한모(28·동구 지산동)씨는 “공약집 잠깐 떠들어보고 투표를 해야하는 체계부터 바꿨으면 한다”며 “각 정당에서 주민들과 스킨십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언론도 후보들 공약을 많이 다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