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린이집 무상보육(만 3~5살 무상교육) 예산을 지방교육청의무지출로 명시하는 법령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해 시·도교육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예산 편성 자체가 힘들다”며 편성 거부 움직임마저 일고 있어 재정 파탄에다 교육계 혼란과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
16일 광주·전남 교육청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최근 누리과정 비용을 중기지방재정계획 의무지출 범위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재정법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초등 취학 직전 3년의 유아에게 실시하는 누리과정 비용을 교육청 예산에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입법예고한대로라면 시·도교육청 입장에선 ‘예산 폭탄’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집·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광주가 2012년 390억 원, 2013년 899억 원, 지난해 1179억 원에 이어 올해와 내년 1390억 원대로 불었고, 전남도 지난해 1100억 원에서 올해와 내년 1300억 원대로 급증한 상황이다.
미상환 지방채가 광주 2280억 원, 전남 69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4%와 23%에 달한 상황에서 또 다른 지방채를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시·도교육청의 시름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특히, 재정난의 주범격인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대선 공약인데다 국가가 책임질 사안임에도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시 교육청 행정예산과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님에도 지방교육 재정으로 부담토록 한 것은 법률의 위임행위를 벗어난 것이고, 인가·지도·감독과 비용 부담의 주체가 상이한 것은 ‘권한과 책임 일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누리 예산은 당연히 중앙정부 의무지출 경비로 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시행령 개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내년 예산안을 아예 편성하지 않겠다”고 편성 거부 방침을 수차례 밝였다.
전남교육청도 “이대로는 내년 예산안 편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통교부금이 200억 원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무원 인건비,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할 때 ‘지방채 땜질’이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4000억원에 육박하는 전남교육청 몫의 지방채를 또 다시 승인해 줄 지가 미지수여서다.
예산과 한 직원은 “가용재원이 늘긴 커녕 유지도 힘들어 예산 편성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며 “한마디로 죽을 맛이고, 사업비가 필요한 부서에 역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기피부서”라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교부금 산정 방식은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다.
산정 기준을 현행 학교수 55%, 학급수 14%, 학생수 31%에서 정부 복안대로 학교와 학급수 비율은 최대한 낮추는 반면 학생수 기준을 50%까지 올릴 경우 수 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남교육청의 판단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전체 40%에 달하고 있어 학생수 50%로 할 경우 전남에 내려올 교부금이 400억∼450억 원 줄어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재정 파탄은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25.27%로 올려 돈가뭄과 법적 논쟁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교육 재정난은 국정감사 관심사이기도 해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화장실을 고쳐주지 못하고, 찜통·냉골 교실을 개선하지 못할 정도로 지방교육 재정이 열악하다”며 “대통령은 대표공약이었던 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을 재정 파탄 위기에 직면한 시·도교육청에 떠넘기지 말고 국고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