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부녀, 15년만에 무죄
무기징역·징역20년 확정… “위법 수사” 인정돼 재심 개시
“자백 임의성·신빙성 없어” 무죄… 검찰 “상고 여부 검토”
작성 : 2025년 10월 28일(화) 16:40 가+가-

2009년 전남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됐던 부녀(父女)가 사건 발생 1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던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의 재심에서 각기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 만으로는 부녀의 살인 범행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검사가 주장한 법리 오해도 없다”며 부녀의 살인·존속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1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다만 딸 백씨의 성범죄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무고한 사실을 자백한 점,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백씨 부녀는 서로 공모해 2009년 7월6일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청산염)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1심은 부녀의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백씨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고, 범행 내용·역할 분담에 대한 진술이 일치한다며 원심을 깨고 중형을 선고했다.
2012년 3월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범행에 쓰였다는 막걸리 구입 경위가 불확실한 점, 청산 입수 시기·경위와 법의학 감정 결과가 명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점, 부녀의 진술 태도와 달리 검찰 작성 조서는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백씨 부녀는 유죄 확정 10년여 만인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백씨의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실험 결과를 들어 당시 감정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검찰 역시 재구성 실험이 당시 조건과 다를 수 있다며 맞섰다.
박 변호사는 증인 심문 과정에서 강압·회유 수사 의혹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검사·수사관들은 대체로 ‘수사에 문제가 있지 않았다’, ‘몰고 가거나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다’며 적극 반박했다.
그러나 재심 재판부는 강압 수사를 통해 확보된 주요 자백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녀의 손을 들어줬다.
재심 재판부는 “지적 능력,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등을 살펴볼 때 딸 백씨는 지능지수 74점 정도의 경계성 지능을 가졌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초 자백을 비롯한 여러 진술 조서 작성 시 신뢰관계자의 동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 진술 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점, 자백 진술의 개연성을 볼 때 수사기관에서 유도 심문을 반복적으로 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재심 판결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상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대법원 상고 가능성도 열어뒀다.
조기윤 기자 ky26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