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태주의 선구 에머슨(R. N. Emerson)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4년 10월 20일(일) 16:36 가+가-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53)을 선정한 것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 개인의 영광임과 동시에 ‘한국 문학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인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기분 좋은 사건은 서구를 향한 ‘한국 문학의 확장’, ‘현실과 환상의 조화’를 향한 우리 모두의 염원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동아시아 사상이 서구 생태주의 태동에 영감을 주었던 철학과 문학적 상상력, ’인간과 자연, 과학과 종교의 화해‘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월러스테인(Immanual Wallerstein)이 주도하는 세계체계론에서는 자본주의가 국가 중심보다 지구적 차원에서 발전해왔으며, 특히 중세 유럽의 ‘12C 르네상스’의 성립이 중동의 이슬람과 동양 몽골제국 ‘성리학’의 영향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서구의 생태주의 성립 또한 동서 철학의 교류와 상호작용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된 생태사상의 궤적을 통하여 ‘초월적 연결성’으로서 본질적 통일성이라는 생태주의적 지향점을 밝힐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전통적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제시된 ’생태주의의 연원‘에 인간과 자연의 본질적 통일성을 담은 문학이나 종교를 포괄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인류의 어떤 철학이든 그 체계화 과정에서 단선적 진화보다는 지구적 차원에서 구조적인 교류와 통섭을 수반한다. 철학자이자 시인으로 미국 생태주의 선구 에머슨(R. N. Emerson, 1803~1882)의 생태주의적 세계관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사상에 일찍이 동양의 도교와 유교, 불교, 힌두교의 ‘직관과 직접적인 영적 경험’을 수용함으로써 동양적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바로 인류 문화 공통에 자리한 ‘현상 너머 통일성’에 있다. 나아가 그 ‘통일성’에 대한 인식이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동양적 직관 혹은 ‘시詩적 상상력’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동서 문화와 철학의 교류와 영향은 동서의 역사적 교착로였던 실크로드를 통해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9C~17C 중세 스콜라철학의 ‘이성과 신앙’의 변증론 정립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었다. 그러나 그 저변에 이슬람과 힌두교의 번역서, 몽골제국의 성리학적 존재론 등의 다중 사상의 교직(tapestry)이 관여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리학의 존재론에는 유교와 도교의 ‘기일원적 우주론’, ‘자연과의 조화와 통일’ 그리고 불교의 ’연기론‘이 습합되어 있다. 이것이 독일 낭만주의로 이어졌고, 급기야 에머슨의 초월주의로 들어가는 우회로를 연 것이다.
에머슨에게 생태계는 질서의 원동력인 ‘자연과 신, 생성과 소멸, 인간과 자연’의 모순과 갈등이라는 ‘양극단의 공존과 조화’라는 ‘상보성’을 지닌다. 즉 인간의 경험 세계를 넘어 자연과 인간 내부에 내재하는 심미적 질서를 말한다. 동시에 생태계는 끊임없는 순환적 변용이 이루어지는 세계이다. 이것이 바로 에머슨의 ‘초절주의’다. 그의 초절주의는 칸트, 피히테로 이어지는 독일의 관념철학과 동양의 신비 사상이 융합된 ‘신비적 관념론’으로, 자연 곧 생태계란 신의 의지가 구현되기보다 신이 내재 된 곳이다.
인간 또한 신이 내재하며, 진리(신)를 자각할 수 있는 감성으로서 내적 직관력을 가졌다. 이는 서양 합리주의와 동양 직관주의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것이다. 이러한 초절주의는 청교주의의 지나친 경직성에 반발하여 ‘신의 섭리가 먼 곳에 있지 않고 인간의 내부에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이로써 ‘인간과 자연’, ‘과학과 신앙’이 조화와 통일을 이룸으로써 양극단의 모순과 갈등을 중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머슨의 생태적 세계관은 그의 ‘유기시론(有機詩論)’에서 드러난다.
문학작품인 시가 하나의 온전한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이 결합 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생명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양분들을 받아들여야 새로운 생명으로 도약하는 것과 같다. 이로부터 에머슨의 생태주의는 동서의 다중 문명을 수렵하고 교직(tapestry)함으로써 새로운 대안 질서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그의 명저 <자연>에 대하여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