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테라피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12월 14일(수) 16:47 가+가-

한 인디언 부락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제각기 다양한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사고팔았는데, 그 중한 농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것은 발목에 줄이 메인 채로 쇠막대에 묶여 빙빙 돌고 있는 메추라기 떼의 모습 때문이었다. 메추라기들은 줄이 묶인 채 슬프게 하염없이 뱅뱅 돌면서 걷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은 끌었지만 선뜻 사려고 하는 이는 없었다. 왜냐면 그 마을은 모든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는 힌두교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 지나가던 한 행인이 농부에게 말했다. “내가 그것들을 전부 다 사겠소.” 농부는 기분이 좋아져 돈을 받고 손님에게 새들을 메고 있는 줄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그 새들의 발목의 줄을 끓고 그들을 다 놓아주시오.”라고 말했다. 농부는 새들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메추라기 다리의 줄을 끊고 풀어주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새들은 날아가지 않고 여전히 계속해서 둥글게 뱅뱅 돌고 있었다. 결국 새들을 억지로 날려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새들은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다시 자리를 잡고 그 둥그런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메추라기들은 발목에 묶여있던 속박에서는 풀려났지만, 마음이 여전히 묶여있었다.
캐나다의 케이프 브레튼 섬에는 엄청나게 큰 탄광이 하나 있다. 이 탄광의 작업에는 말이 필수로 쓰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들을 한 번 깊고 어두운 탄광 속으로 들여보내면 다시는 탄광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이미 오랜 어두움에 적응되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말들은 바로 실명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탄광 속으로 들어간 말은 늙거나 병들어 죽을 때까지 계속 어두운 땅속에서 일을 해야 한다.
한번 익숙해져 버린 어두움에서 벗어나지 못해 평생을 어두움 속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농부에게 잡힌 메추라기들이나 탄광의 말들을 속박하고 있었던 것은 결코 무력이 아니다. 처음에는 무력에 의해 붙잡혔지만, 그로 인해 그들의 의지와 소망이 모두 꺾인 채 현실에 굴복해버렸기에 그들의 마음이 형편에 묶여버렸다. 의미를 잃고 자포자기하여 스스로 불행한 삶에 가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 출신으로 신경학자이며 심리학자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저 악명 높은 독일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형극의 세월을 보내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그 일을 통하여 사람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참담함을 겪음으로써 새겨지게 되는 마음의 깊디깊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평생 힘썼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 존재 의미의 중요성과 자신이 수용소에서 자살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갔던 마음을 담았고, 이 책은 1957년에 출판된 이래로 63년간 지속적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반열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정신요법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로고테라피의 로고스(Logos)는 ‘의미(意味)’를 뜻하는 그리스어이고, 테라피(Therapy)는 ‘치료(治療)’를 뜻한다.
즉, ‘의미치료’라는 말로,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심리치료법이다. 프랭클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를 안다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파멸시키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바로 이것이 의미치료의 핵심이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절망은 가장 치명적인 병이다. 인간 마음의 의지를 꺾고, 기력을 잃게 만든다. 더군다나 주위 사람까지 절망하게 만드는 전염성이 있다. 그런 절망의 반대는 소망이다. 대단한 이유나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일에 대한 작은 소망이 있다면 오늘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 우리의 오늘보다 내일은 더 의미 있고 아름답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