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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슈룹이다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 <시화무> 저자
작성 : 2022년 12월 13일(화) 16:44 가+가-
우산의 우리말은 슈룹이다. 훈민정음 해례본(1446)에 딱 한 줄이 기록되었다. 한글의 어원이라 추정하는 ‘우랄알타이어’에서 ‘슈’라는 단어는 하늘을 뜻하는 발음이다.
훈민정음을 반포한 선조들의 기발함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슈룹은 비와 빛을 차단하는 도구다. 문학적인 표현으로 슈룹은 모진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우산과 같은 어머니의 상징으로 표현도 한다. 크게는 내 조국, 내 나라가 슈룹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우산의 등장은 B.C.9~7세기다. 중동을 다스렸던 아시리아의 수도 네네베였다. 뜨거운 중동의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머리 위에 옴브라(Ombra.라틴어), 그늘을 드리우면서 시작되었다.
영어로는 ‘umbrella(엄브렐라)’다. 나라마다 교류를 거치며 옴브라는 귀족들만이 사용하는 도구로 퍼져 나간다. 로마의 가톨릭교회에서 미사를 드리면서도 옴브라를 사용한 기록을 볼 수 있다. 양산이 우산이 되는 것은 18세기 중엽이다. 우산은 영국의 신사와 멋쟁이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산이 시와 노래로 만들어진 것은 나라들의 공통이다. 결혼식에서 우산을 선물로 나누어 주는 것은 상징하는 것도 크다.
시도반은 코로나가 희미하게 끝나는 즈음, 한글문인회 문인들과 베트남 하이퐁을 한 주간 일정으로 다녀왔다.
하이퐁의 문인을 대하며 나라가 슈룹이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꼈다. 우리의 80년의 경제와 도로환경을 가진 베트남이다.
좋게 말하여 역동의 나라다. 우리가 80년대 그러하였듯 그들은 경제력이 있는 한국의 문인을 대하는 것이 최선을 다해 반겨 주었다. 순수한 손님맞이를 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력이 한국인이 어디를 가나 그만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김치가 냄새난다고 배척한 나라들이 K팝의 위력에 한국 발효음식을 먹어보기에 관심을 보인다. 한글을 배우는 젊은이가 늘어난다. 초대한 베트남 대학에도 한글을 배우려는 학생이 한 학기에 1500명에 이른다. 한국인 교수가 한국어를 강의한다.
한글을 배우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한국의 국력과 그들이 한국에 대한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이 바로 국가는 슈룹과 같은 우월의 상징이 아니겠는가. 베트남과 우리 관계는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이런저런 사연이 크다. 전쟁을 치르며 한국군이 참전하며 여러 가지 미혹한 일들도 있었다. 전쟁이 남긴 상흔이다.
최근엔 축구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새롭게 바꾸어 지기도 했다.
이렇듯 역사는 멈추지 않는다. 늘 새롭게 다시 기록하는 것이 역사다. 다시 쓴다는 것은 발전의 의미로 가는 것을 말한다.
독일은 어디를 가도 히틀러의 망령을 사죄하며 역사를 다시 쓰는 대표적 나라다.
일본과 우리와는 상반되는 경우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를 지배의 나라쯤으로 착각을 하는 부분이 있다. 반성이 없는 민족성이다.
한국의 문인 일행은 닷새간 일정이 끝이 나고 밤 12시 비행기를 오르게 됐다. 베트남의 문인들이 간단한 저녁을 준비하여 공항에 배웅을 나왔다. 밤 12시 음식을 가지고 문인 대표들이 공항에 나오는 것은 순수한 문인들의 마음이다. 배웅을 받는 우리는 그들의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베트남에 입국하는 날, 하이퐁 공항에 꽃다발 영접을 해주었다. 10여 명의 문인, 개개인의 꽃다발을 준비한 것이다. 형식의 꽃다발이 아니다. 아름드리 꽃을 풍성하게 가슴에 안겨주었다. 우리 문인들은 공항 꽃다발에 그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국빈의 대접을 받는 것과 같았다. 일행은 베트남 하이퐁의 문인과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일행의 박강남 시인은 하이퐁의 여류 시인과 악수한 손이 마음이 쓰인다며 표정이 우울했다. 감성이 강한 박 시인은 눈 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우리 일행은 다시 한번 국가는 국민에게 슈룹이라는 인식을 한다.
나라의 GNP가 높으면 국민이 부자다.
국가의 부유함은 국민이 어느 나라를 여행하여도 예우를 받는다. 그것이 국력이고 나라는 슈룹이다.
하이퐁을 왕래하는 비행기는 베트남 항공기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기의 서비스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비행기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좌석은 몸을 움직이기에 불편하다. 저가 항공기의 특징이라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일행들은 사뭇 놀란 표정들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비행기에 익숙한 여행객에게는 놀랄 만하다. 기내의 서비스는 비용을 받는다. 모든 나라의 저가 항공기도 같은 형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비행기 하나를 타면서도 나라가 슈룹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한다. 국민의 행복은 나라가 슈룹이 될 때 행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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